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긴급 치료를 거부당해 숨진 10대 고등학생이 한국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숨진 윌리엄 황(17)의 공식 사망 기록에는 그의 인종이 ‘한국계(Korean)’로 표기돼 있다. 황군은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사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A카운티 보건당국은 지난 23일 황군의 사망원인이 코로나19라고 발표했지만 하루 뒤 이를 철회하며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에서 황군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황군의 사망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인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군이 의료보험이 없어 긴급치료를 거부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렉스 패리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시장은 28일 유튜브를 통해 “황군이 한 응급치료시설에 갔으나 그들은 이 소년이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패리스 시장에 따르면 이 응급치료시설은 황군 가족에게 공공병원인 앤털로프밸리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고, 황군은 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장 마비를 일으켰다. 응급실 도착 후 6시간에 걸쳐 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더선은 황군이 패혈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황군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도 알지 못한 채 지난주 초 장례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패리스 시장은 “유가족은 황군이 뉴스에 나오는 그 소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조문객들과 악수를 나눴다”고 전했다.
황군의 아버지는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를 하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고 한다. 패리스 시장은 “황군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소년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