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들이 지역사회 감염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완치자가 5000명을 넘어서면서 재확진 사례는 계속 나올 수 있다. 재확진자들의 전염성은 얼마나 되는지 면밀한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확진자의 전염성을 매우 낮게 보면서도 완치 판정 뒤 최소 2주간 자가격리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선 5000여명 완치자 전부의 방어 항체 형성 여부와 면역 지속기간 등에 대한 전수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고령층이나 면역 저하자들은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재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치료 후 회복됐다가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는 10건 이상으로 파악된다.
제주도는 지난 30일 도내 첫 번째 확진자인 현역 해군 장병 A씨가 코로나19에 재확진돼 다시 입원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받다 지난 23일 완치돼 퇴원했으나 7일 만에 다시 증상이 나타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 28일 김포시는 30대 부부와 이들의 자녀(17개월)가 각각 분당서울대병원과 명지병원 등에서 퇴원했고 이후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첫 일가족 재확진 사례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여러 건 있었다. 광둥성 감염자의 14%에서 재확진 사례가 나왔고 또 다른 보고에선 재확진 비율이 3~10%를 보였다.
재확진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바이러스 수가 PCR(유전자증폭)검사의 검출 한계치 밑으로 줄었다가 다시 활성화돼 (증상이 있든 없든) 재발병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회복 후 일상생활하면서 다른 바이러스 감염원에 노출돼 재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도 “김포 일가족의 경우 재감염 확률보다는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확진자들이 전염성을 가지는지 여부다. 전염성이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감염 확산의 불씨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 등의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19 재확진자의 전염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보건당국도 재발이나 재감염 사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모든 완치자들의 방어 항체 형성과 면역 지속 여부에 대한 임상데이터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감염병은 한 번 걸리고 나면 항체가 생기고 재감염을 막는 방어 항체로 작용한다. 홍역은 한 번 앓고 나면 평생 다시 안 걸린다.
코로나19의 경우 여러 연구를 통해 감염후 1주 정도에 면역글로불린 IgM과 IgG라는 두 가지 항체가 생기는 걸로 알려졌다. IgM이 먼저 생기고 IgG가 늦게 생겨 오래 지속된다. 2주 정도 후 거의 90%에서 항체가 생긴다. 김 교수는 “하지만 면역 저하자나 고령층의 경우 항체가 잘 안 생길 수 있으며 그래서 재감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세상에 나온지 100일밖에 안된 신생 병원체다.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들에게 항체가 생겼는지, 항체가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더구나 코로나19가 여름에 수그러들었다가 겨울에 재유행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증의 코로나19를 치료받고 회복한 환자라도 그 절반은 최장 8일까지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 인민해방군 종합병원과 미국 예일대의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1월 28일~2월 9일 치료받은 코로나19 환자 16명의 회복 후 바이러스 활성 상태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미국흉부학회 ‘호흡기중환자치료학 저널’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절반의 환자에서 짧게는 1일, 길게는 8일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증상이 가벼워 치료받고 회복한 환자도 최소 2주 동안은 자가격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