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이동제한, 자택격리 등 봉쇄조치를 연장하고 나섰다.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는 72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만4000여명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한 달 연장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코로나19 사망률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은 6월 1일까지 회복되는 경로에 있을 것이며 많은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섰다. 그는 정상화 언급이 실수였냐는 질문에 “그것은 단지 열망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하기로 한 데는 미국 내 감염병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 소장의 비관적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오전 CNN 인터뷰에서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나는 그가 말한 숫자를 믿지 않는다”며 파우치 소장을 연단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100만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는 건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해 그 숫자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자는 14만3000여명으로, 일주일 새 4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19 핫스팟인 뉴욕주에서는 7200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환자가 5만90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 미국에서 행정명령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곳은 27개주에 이른다.
총리와 왕세자가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영국에서도 봉쇄령이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최고 보건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박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주간의 이동금지령이 만료될 때쯤 이 조치의 효과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감염자는 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000명이 넘었다.
해리스 박사는 “코로나19 곡선이 정점을 찍더라도 갑자기 평범한 일상생활로 갑자기 돌아가선 안 된다”며 “우리가 멈추면 모든 노력이 쓸모없어지고 제2의 급증사태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책을 조언하는 닐 퍼거슨 교수도 선데이타임스에 “이동제한령이 6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 5월도 낙관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23일부터 전 국민의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며 거리두기 수칙을 엄격히 지켜달라는 대국민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전국 3000만 가구에 배송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비교적 늦게 번진 중남미 대륙도 확진자가 1만5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전국민 강제 격리조치를 4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필수 업무 종사자가 아니면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사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 밖에 나갈 수 없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다음 달 중순까지 통행을 금지·제한하기로 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하나둘 봉쇄령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와 호찌민 전체를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오스도 다음 달 19일까지 국경을 봉쇄해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