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거리두기 ‘한 달 더’, 英이동금지 ‘6개월 더’… 코로나 봉쇄 길어진다

입력 2020-03-30 17:49 수정 2020-03-30 18: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이동제한, 자택격리 등 봉쇄조치를 연장하고 나섰다.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는 72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만4000여명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한 달 연장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코로나19 사망률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은 6월 1일까지 회복되는 경로에 있을 것이며 많은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섰다. 그는 정상화 언급이 실수였냐는 질문에 “그것은 단지 열망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하기로 한 데는 미국 내 감염병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 소장의 비관적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오전 CNN 인터뷰에서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나는 그가 말한 숫자를 믿지 않는다”며 파우치 소장을 연단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100만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는 건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해 그 숫자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자는 14만3000여명으로, 일주일 새 4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19 핫스팟인 뉴욕주에서는 7200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환자가 5만90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 미국에서 행정명령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곳은 27개주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 25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를 나서는 모습. AP연합뉴스

총리와 왕세자가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영국에서도 봉쇄령이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최고 보건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박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주간의 이동금지령이 만료될 때쯤 이 조치의 효과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감염자는 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000명이 넘었다.

해리스 박사는 “코로나19 곡선이 정점을 찍더라도 갑자기 평범한 일상생활로 갑자기 돌아가선 안 된다”며 “우리가 멈추면 모든 노력이 쓸모없어지고 제2의 급증사태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책을 조언하는 닐 퍼거슨 교수도 선데이타임스에 “이동제한령이 6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 5월도 낙관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23일부터 전 국민의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며 거리두기 수칙을 엄격히 지켜달라는 대국민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전국 3000만 가구에 배송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비교적 늦게 번진 중남미 대륙도 확진자가 1만5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전국민 강제 격리조치를 4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필수 업무 종사자가 아니면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사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 밖에 나갈 수 없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다음 달 중순까지 통행을 금지·제한하기로 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하나둘 봉쇄령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와 호찌민 전체를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오스도 다음 달 19일까지 국경을 봉쇄해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