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도 시간도 없는데… ‘온라인 개학’ 막막한 교육현장

입력 2020-03-30 17:48
서울 송파구 영풍초 김현수 교사가 30일 영풍초 교실에서 학생들과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선 학교들은 혼란에 빠졌다. 온라인 수업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데다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침에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르면 31일 추가 개학 연기 방안과 함께 온라인 개학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개학 현실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는 아직 아무 지침에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학교가 어떤 지침도 내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국) 발표 직후 지침이 내려온다 해도 온라인 개학 준비 시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고교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듣던 학생이 수업 플랫폼을 이탈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어수선할 게 뻔한데, 이럴 바엔 차라리 마스크 쓰고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체육이나 음악, 미술 등 실습 위주 과목 교사들은 더 막막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미술교사는 “유튜버처럼 자신이 그림을 그리면 학생들이 따라 그린 그림을 과제로 내기로 했는데, 몇 명이나 과제를 들고 학교에 나타날지 전혀 예측이 안된다”고 했다.

일부 학교는 31일 오전 교사 전체가 모여 대책회의를 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교육부 발표와는 별개로 어쨌든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학년별로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날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다. 현실화될 수 있는 온라인 개학과 개학 후 확진자 발생에 따른 학교 일시 폐쇄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중국어 교사 김민경 씨가 30일 서울 성북구 종암중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암중 관계자는 "학교가 2년 연속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온라인 수업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에서 마주한 온라인 수업은 낯설었지만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김민경 교사가 “‘도서관은 어떻게 가?’라는 질문을 중국어로 어떻게 말할까요?”라고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를 쳐다보며 묻자 10초 정도 후에 테블릿PC에는 학생들의 댓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45분간 온라인 중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네이버 밴드 라이브를 통해 교사가 영상을 송출하면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응답하는 식이다. 수업이 끝난 뒤엔 영상을 링크로 공유했다. 오후에는 온라인 학습 커뮤니티 ‘위두랑’과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학생들의 과제를 평가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3학년 유민서(15)양은 “댓글로 소통해 오히려 더 편하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더 다양한 보조 콘텐츠를 활용하셨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마다 교육환경이 상이해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학생 간 차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김혜선 종암중 교감은 “아무래도 대면 수업보다는 가정환경 차이에 의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