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뉴욕의 마스크 수요 폭증은 범죄 탓”…분노한 의료계

입력 2020-03-30 17: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의 병원에서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두고 ‘범죄 탓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브리핑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의료기기 유통업체 ‘오언스 앤드 마이너’의 최고경영자(CEO)가 “고객 중 한 병원에서 매주 1만∼2만개의 마스크를 사용하다가 최근 주 20만∼30만 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이유에는 ‘범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리 상황이 달라졌어도 어떻게 1만, 2만 개를 쓰다가 30만 개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면서 “기자들이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마스크가 어디로 가는가. (병원)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라며 “누군가 이걸 조사해야 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그런 숫자까지 올라가는 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즉각 의료진의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범뉴욕병원연합의 케네스 래스키 회장은 “뉴욕의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아무런 불만 없이 자발적으로 24시간 내내 폭발적인 숫자의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며 “그들은 개인보호장구가 뉴욕 병원들의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주장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 뉴시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완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48시간 안에 마스크, 장갑 등 의료 보호장구를 추가로 만들어 배포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