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20달러 무너진 국제 유가… 18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3-30 16:18 수정 2020-03-30 16: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주요 산유국의 ‘유가 전쟁’이 겹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18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불과 석 달도 안 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역(逆)오일 쇼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폭락한 배럴당 19.92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WTI 가격은 61.18 달러에 달했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물 가격도 장중 배럴당 7.6% 떨어진 23.03 달러를 오갔다. 2002년 10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보관 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가가 내려가자 마이너스(-) 유가도 등장했다. 최근 아스팔트 제조용 고밀도 유종인 미국의 와이오밍유 가격은 배럴당 ‘-0.19 달러’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 거론된 ‘생수보다 기름이 더 싼’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수급 관련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셧 다운(가동 중단)’ 사태로 글로벌 유가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팩츠글로벌에너지(FGE)는 “4월에 미국에서만 휘발유 수요가 매일 500만 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며 “세계 석유 수요도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유례없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1 포인트(0.04%) 내린 1717.12에 마감했다. 유가 하락에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외국인이 421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도 13.8원 오른 1224.4원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약세로 전환됐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말라리아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쓸 수 있게 승인 했다는 소식에 바이오주가 많은 코스닥 지수는 3.69% 오른 542.11로 마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