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목의 성경 현장] 어부 베드로는 가난했을까?…벳새다 사람들(갈릴리)

입력 2020-03-31 08:00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요한복음 1:44) 갈릴리 어부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편견들이 있다. ‘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요한과 빌립’ 이들은 어부들이니 무식하고 가난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지독한 편견은 없다.

갈릴리 호수를 답사하면 기념교회들을 방문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호수 북쪽 해안가 도로를 지나게 된다. 이 지역이 바로 예수님 사역의 현장이요, 어부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곳이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나다나엘을 포함하면 최소한 7명이 갈릴리 출신 어부들이다(요21:2). 그중에서도 베드로, 안드레, 빌립 세 명이 벳새다 출신이다. 예수님이 갈릴리 어부들에 대한 특별한 호감을 느꼈거나, 아니면 고기를 잡는 일과 복음을 전하는 삶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뱃세다 풍경

그런데 필자가 어려서부터 줄곧 가지고 있던 갈릴리 어부들에 대해 변하지 않는 편견들이 있다. ‘베드로, 안드레, 요한과 빌립 이들은 어부들이었으니 무식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다. 단순, 무식, 가난은 이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유대인들은 갈릴리 지역 사람들에 대한 아주 오래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방의 갈릴리’ ‘흑암에서 행하던 백성’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사9:1-2, 요1:46), 더 나아가 예루살렘에 살았던 종교지도자들은 베드로와 안드레를 학문이 없는 범인(凡人)으로 알고 있었다(사도행전 4:13). 하지만 지리, 역사, 종교적 배경을 통해서 보면 이런 말들은 지독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아람어, 히브리어, 라틴어, 헬라어 등 네 가지 언어가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그리스 문화나 철학, 또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헬라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런데 갈릴리의 어부였던 안드레, 빌립, 시몬은 모두 헬라식 이름이다. 그리고 그들은 헬라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요12:20-21). 그러니 이들은 당대 헬라 문화를 접하고 공부했던 지식인 부류에 속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리와 종교에 관한 관심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했다. 안드레는 메시아를 만나기 위해서 생업을 버리고 세례 요한을 따라 광야로 나갔으며(요1:35-40), 요한이 예수님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소개하자 즉시 요한을 떠나 예수님을 만났고 ‘와 보라’(당대 랍비들이 제자로 초청하는 표현방식)는 예수님의 초청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따랐다. 또한 안드레는 형제 베드로에게 메시아를 전했던 사람이다(41절).

사도행전 속 ‘학문이 없는 범인’ 이라고 말한 종교지도자들의 발언은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성경에 대한 제자들의 거침없는 증거를 보고 유대 종교의 전문가였던 랍비, 서기관, 제사장도 아닌데 어떻게 성경에 대하여 해박할 수 있느냐는 말이었지 그들이 전혀 교육받지 못한 무식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정말로 가난한 어부들이었는가? 오병이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1세기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의 음식은 올리브 기름 그리고 빵과 물고기였다(요14:17). 물고기는 유대인들의 주식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1세기 예수님 당시에도 물고기가 외국으로부터 이스라엘에 수입되었는데 가공한 생선들은 매우 비싼 식품으로 취급되었다는 증거들이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오늘날까지 지켜지고 있는 코셔(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별하는 규정으로 음식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규율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불리는 음식 규정이 있다. 이 규정으로 본다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땅에서, 그리고 유대인 어부가 잡은 고기, 그리고 유대인 규정에 따라 가공한 물고기를 선호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 당시 갈릴리 호수에서 어부들이 고기잡는 모습(쌍끌이)

또한 이들은 어부였지만 아주 특별한 사업 수단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베드로는 벳새다 사람이었다. 그런데 베드로가 장모와 함께 가버나움에 살았으며(마8:14), 그곳 호숫가에서 요한과 더불어 고기잡이를 했던 것으로 보아(마4:18-22) 베드로는 요한과 동업자로 사업장을 가버나움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The IVP Bible Background Commentary). 그런데 마가달라에서 예수님 당시 물고기를 가공했던 공장 터가 발견되면서 왜 벳새다 사람이 가버나움에서 사업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실마리가 열렸다. 마가달라는 행정구역상 가버나움과 동일한 헤롯 안티파스의 관할지역에 속했으나 벳새다는 헤롯 빌립의 영지에 속했다(Josephus the Antiquities of the Jews 18. 2. 1). 베드로가 벳새다에서 가버나움으로 사업장을 옮겨온 것은 헤롯의 관할지역에서 고기를 잡아 동일한 지역에서 가공 판매함으로써 통관세를 절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 당시 갈릴리 호수에서 어부들이 고기잡는 모습(베란다)

다음은 주후 1세기 갈릴리 호수에서 행해졌던 어업 형태를 보면 그들이 가난한 어부가 아니었음이 더욱 확연해진다. 20년 이상 갈릴리 호수만 연구해온 멘델 눈(Mendel Nun)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 호수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고기를 잡았다(The Sea of Galilee and its Fishermen in the New Testament). 고기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그물을 사용했고, 또 그물에 따라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막1:20). 멘델 눈은 신약성경의 기록을 토대로 제자들의 고기 잡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땅 끌이/마13:47-48, 투망/막1:16, 베란다/눅5:1-7) 설명해준다. 이렇게 보면 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빌립과 요한은 어부로서 자기 배와 그물을 소유하고 많은 사람을 고용한 사업가였던 것이다.

벳새다 마을에서 발견된 어부의 집 복원도(주후 1세기)

최종적으로 이러한 모든 진술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벳새다 발굴현장에서 유물들로 확인됐다. 벳새다는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완전한 어촌이었음이 밝혀졌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집들의 규모는 그들이 당대에 얼마나 부유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다.

어부의 삶을 살았던 갈릴리 사람들은 무식하고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선뜻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이 아니었다. 가족과 재물, 모두를 포기했던 사람들이다. 자기를 부인하는 결단으로 예수님을 따랐던 진리의 추종자였다.

김상목 성경현장연구소장(국민일보 성지순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