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 중인 인도에서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이 환자를 돌보다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진은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시에 사회적 편견과도 맞서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30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의 의료진은 현재 이웃과 집주인들의 압박에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진을 바이러스로 여기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의사들은 당장 귀가하지 못하거나 “이웃이 집 바깥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호소하기까지 한다. 가디언은 집에서 쫓겨난 의사들이 병원 바닥이나 화장실 등에서 쪽잠을 자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신속대응팀에 소속된 한 의사는 “최근 동료 2명이 함께 지낼 수 없냐고 요청했다”며 그들은 전염을 우려한 건물주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건물주가 “‘당신들은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집으로 몰고 와 다른 사람에 전염시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며 “인도 전역의 많은 의사는 이미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몇몇 의사는 동네 주민들이 적대감을 표시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병원 화장실에서 며칠을 보내겠다고 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간호사들도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인도 웨스트벵골 주의 콜카타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이 집에서 7년을 살았는데 이틀 전 건물주가 갑자기 들이닥쳐 24시간을 줄 테니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집을 나가라고 했다”며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했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병인으로 일하는 한 여성도 병원에서 비닐을 깔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밤에 갑자기 이웃들이 집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남편에게 당신의 아내는 3개월 동안 우리 동네로 못 들어온다고 엄포를 놨다”며 “한동안 병원을 집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의료인들도 정부에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전인도의학연구소는 최근 정부에 서한을 보내 “인도 전역의 의사들은 갈 곳이 사라진 채 자신의 짐을 들고 거리를 떠돌고 있다”고 고충을 표했다. 그러면서 델리와 웨스트벵골 등에서 의료 종사자를 추방하는 이들에 정부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024명이고, 이 가운데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4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봉쇄령을 내린 바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