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끝낸 아티스트가 퇴근하는 길에 팬들과 만나는 일명 ‘퇴근길 팬미팅’ 문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팬클럽·소속사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모두 취소됐지만 팬들은 여전히 아티스트가 퇴근하는 길에 모이고 있다. 공연장 단속하라며 여러 기관에서 엄포를 놓고 있지만 정작 공연 후 이뤄지는 접촉에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연 끝낸 배우 보겠다고 몰려다니지 말라”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 등 SNS에는 아티스트의 퇴근길을 촬영한 사진 등이 최근까지 연달아 게시됐다. 한 네티즌은 “퇴근길 팬미팅을 금지해달라는 민원을 넣으려고 한다. 요즘 같은 상황에 왜 퇴근길 팬미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퇴근길 팬미팅은 공연장 출구 등에서 진행된다. 공연을 보지 않은 팬이 퇴근길 팬미팅에만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티스트를 팬들이 둘러싸고 사진을 찍거나 선물을 주고받는데 이때 별도의 장소나 분리된 객석을 갖추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통에 무방비한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나온다. 감염예방수칙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감시할 인력도 없다. 한 네티즌은 “지금이라도 퇴근길 전면 취소하라. 온 국민이 조심하는 시국에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SNS 라이브 방송으로 감사 인사하는 배우도 많다”고 적었다.
현재 모든 공연장은 철저한 방역을 위해 객석 등 소독하고 발열 탐지기기를 비치했다. 또 공연장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관람객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그래도 불안하다며 26일 공문을 통해 6대 감염예방수칙 조항 준수를 당부하면서 어길 경우 감염병 관련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통보했다. 확진자 발생 시 진단과 치료 등 비용에 구상금을 청구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공연장이 아닌 공연이 끝난 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팬클럽에서 퇴근길 팬미팅을 공식 취소하며 팬들의 협조를 구했지만, 자체적인 퇴근길 팬미팅은 계속되고 있다. 한 팬클럽은 공식 행사는 취소하면서도 운영진만 따로 아티스트와 퇴근길 팬미팅을 가졌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팬 대다수는 퇴근길 팬미팅을 진행하는 일부 팬과 아티스트의 만남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네티즌은 “퇴근길은 배우들이 나서서 안해야 맞지만 그러지 못하는 배우도 많으니 공연장이나 제작사에서 공지를 띄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