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조국 딸 표창장 결재 안 해”…정경심 “불분명한 기억”

입력 2020-03-30 15:03 수정 2020-03-30 20:45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들에 대한 자기 명의의 표창장 등을 결재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특히 최 전 총장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모씨가 받은 표창장 형식에 대해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은 최 전 총장의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고 동양대 상장 관리에 미흡했던 점이 있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논박했다.

최 전 총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전 총장 측은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하고, 정 교수가 없는 상태에서 진술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폭력·아동범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하는 조건이고, 본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전 총장은 이날 2012년 당시 정 교수 딸의 표창장, 아들의 상장 등을 수여하거나 결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 전 총장은 “딸 조씨가 표창 대상으로 추천됐다면 당연히 제게 결재가 올라왔을 것”이라며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표창장을 준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전 총장은 딸 조씨의 표창장이 ‘최우수봉사상’으로 돼 있는 것에 대해서도 총장 재직 기간 동은 그런 명칭의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 교수 딸과 아들의 표창장 일련번호 앞에 ‘어학교육원’이라는 발급 부서명이 적힌 것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형식으로 발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 전 총장은 정 교수 딸의 표창장 일련번호(어학교육원 제2012-2-01호)와 아들 상장의 일련번호(어학교육원 제2012-2호)에 대해서도 없는 양식이라고 했다. 연도가 바뀌어도 전년 순번을 이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표창장에 딸 조씨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것에 대해서도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최 전 총장이 그 많은 각종 상장과 표창장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양식에 맞지 않는 상장은 정상 발부되지 않은 상장이라는 것을 전제로 주장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표창장 형식이나 관리에서 누락된 표창장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최 전 총장 기억이 불분명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 측은 구체적으로는 2017년 12월 4일 열린 자랑스러운 동양대인상 시상식에서 지급된 상장이 상장대장에 기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 전 총장 본인이 참석한 시상식이었다. 최 전 총장은 “대장에 없다면 아마 그런 식으로 학생처에서 만들었든지...”라며 말을 흐렸다. 정 교수 측이 포상규정과 무관한 위촉장이나 수료증이 상장대장에 적힌 것을 두고 이유를 묻자 최 전 총장은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해 9월 3일 정 교수가 최 전 총장에게 전화해 “저에 대한 자료를 검찰이 요구해도 내주지 마라. 자료 잘못 주면 총장님이 다친다”고 말한 사실도 새롭게 공개됐다. 최 전 총장은 그 다음날 조 전 장관이 전화로 2차례 “(정 교수에게) 위임했다고 하면 모두가 괜찮다고 했다”며 “(그와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최 전 총장은 당시 “보직교수들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저도 공범이 되는 것 아니냐. 보도자료를 내면 더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불쾌했고, (조 전 장관이) 법무장관이 되면 더 큰 요구를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위축이 됐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지난해 9월 4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전화를 걸어와 정 교수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을 설득하려 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웬만하면 (정 교수에게) 위임했다고 이야기해 주시죠’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 전 지사에 대해선 “위임이란 말은 안 들어갔지만 정 교수 말대로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유 이사장, 김 전 지사 같은 유명인 전화를 받고 어떻게 느꼈느냐”고 묻자 최 전 총장은 “쓸데없는 짓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 전 총장은 재판 말미에 “교육자로서 양심은 속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증언했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져서 힘들었다”며 “진실되게 이야기해서 교육부 장관에게 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 짜증스럽고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되는데’하는 마음이 든다”며 증언을 마무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