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돌파한 스웨덴이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지 않은 채 ‘집단 면역’(herd community) 방식을 고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은 28일 기준 확진자가 3500여명에 이르고, 27일까지 사망자도 97명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스페인과 비교했을 때 적은 편이라고는 하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국민들은 유럽 내 다른 국가와 달리 등교, 출근하는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카페 등 음식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상점이 밀집한 지역은 쇼핑객으로 붐빈다.
타임스는 이같은 현상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또는 집단 면역으로만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스웨덴 보건 전문가들의 신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백신 상용화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취약계층은 격리한 채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최대한 느리게 퍼지도록 해 대다수가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보건 기관 소속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코로노19의 재유행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국립보건원 소속 감염병 학자인 안데르스 텡넬은 한국과 주변국의 바이러스 억제 대책이나 ‘봉쇄 정책’을 언급하며 “얼마나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텡넬 박사는 최근 영국 매체 업저버에 “한국처럼 간신히 노력해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성공하더라도, 한국 (당국)조차도 유행이 다시 돌아올 것을 예상한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의 확산 압박이 가중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막았던) 문을 여는 순간 더 심각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행을 (애써서) 중단시키는 것은 되레 부정적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병이 그냥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유행이 서서히 진행되게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확산 저지대책이 아니라 어느 정도 확산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식이 장기전에 효과적이라는 게 스웨덴 보건당국의 정책 판단이다. 집단면역은 백신이나 감염으로 한 집단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력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면역학 용어다.
텡넬 박사는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많은 부분이 느려지겠지만 성공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모두 이 사태가 수개월간 지속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학교를 몇 달씩 닫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민성과 사회구조적 특성도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만으로도 국민들이 잘 이행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엄격한 법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70세 이상 노인이 자녀나 손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맞벌이가 대다수라는 점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덧붙였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방침에 대해 ‘도박’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말라리아 연구로 유명한 전염병학자인 앤더스 비오르크만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이 1%라는 영국 임피리얼칼리지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무증상 감염자를 제외한 숫자”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치사율은 1%보다도 적은, 0.1%에 가까운 수치이기는 하지만 집단면역 달성 과정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스웨덴 우메아대 감염병 학자인 요아심 로클로도 “집단면역은 면역력이 생기도록 조용히 전파한다는 명제로 성립하는데 대부분의 과학적 증거는 이 조용한 전파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서 “(정부 방침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