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한 ‘닉네임’이 1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사용자가 복수의 닉네임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 수천명 이상이 박사방 관련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이른바 박사방으로 불리는 단체대화방에 대한 채증을 실시, 대화방에 참여한 1만5000개의 닉네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가운데 몇명이 유료회원인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거된 공범 외에 유료회원 등 추가 가담자에 대한 수사가 일부 진전이 있어 이번 주 중으로 박사방에 들어가 성착취물을 공유했거나 한 이들에 대해 범죄사실을 특정해 입건해 강제수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정된 인원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유료회원 수십명이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경찰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에서 박사와의 금전적 거래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사방에 참여한 유료회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 여론이 높은 점과 관련해 공개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다만, 범죄행위 가담 정도나 구속영장 발부 등이 공개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사’ 조주빈(25)씨는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의 사주를 받아 강씨가 스토킹하던 여성의 자녀를 살해하려했다는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범행을 모의했다는 강씨 주장과 달리 조씨는 강씨로부터 돈만 받고 실제 범행 하지는 않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조씨 검거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20여점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 2점과 노트북은 비밀번호 잠금을 해제하지 못한 상태다. 조씨는 최신형 아이폰은 소지한 상태였으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휴대전화는 쇼파에 숨겨두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범죄 일체를 시인했으나, 암호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분석을 마친 압수물에서도 (유료회원 관련) 확인된 자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밀번호를 파악하지 못한 휴대전화에 핵심 증거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조씨가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언급한 손석희 jtbc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아직 진행하지 못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