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이에요…” 감염 경로 얘기 않는 일본 확진자들

입력 2020-03-30 13:18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가 주말 외출 자제를 요청한 첫날인 28일 도쿄의 심장부인 긴자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생활을 이유로 감염 경로를 얘기 않는 일본 도쿄 내 확진자 수가 40%에 달한다. 30일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에 의하면 전날 도쿄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8명이 나오는 등 이달 들어 감염이 확인된 이들이 400명이지만 이 가운데 40% 정도 확진자는 감염 경로가 미확인 상태로 남아있다.

도쿄도(東京都)는 일본 정부와 함께 역학 조사를 하고 있지만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도쿄도 관계자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 중에 야간에 번화가의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음식점 중에는 밀폐된 공간에 종업원과 손님이 밀집하는 등의 조건이 갖춰진 유흥가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보건 당국은 환기가 잘 안 되는 밀폐된 공간, 다수가 밀집한 장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등 밀접한 교류 이른바 '3밀'(密)을 충족하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이를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최근 전문가로 구성된 후생노동성의 '클러스터(집단감염) 대책반'이 도쿄에서 야간에 영업하는 음식점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확진자가 긴자(銀座)나 롯폰기(六本木)의 고급 클럽 등을 이용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관계자가 확인했다는 것이다.

보건소가 확진자의 행적 조사를 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사생활 등을 이유로 충분하게 답변하지 않아 구체적인 행동이나 지인과의 접촉 정도 등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30일 보도했다.

확진자에 대한 행적 파악은 임의의 조사라 강제력이 없으며 특히 야간 번화가와 관련된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야간에 번화가 음식점 등에서 식사 등을 한 감염자는 "상대에게 폐가 될 수 있다"며 가게 이름이나 동석자에 관해 입을 잘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문화가 있다.

도쿄도의 한 간부는 “이런저런 수단을 써서 몇번이고 설득하지만, 감염자도 가게도 소극적인 예가 눈에 띈다”며 “부탁을 기반으로 한 조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