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지켜준다” 벨라루스 대통령 프로축구 강행 지시

입력 2020-03-30 11:06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 벨라루스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벨라루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문제없다며 축구 일정을 강행했다. 벨라루스 프로축구 1부리그는 지난 19일 이미 개막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9일(한국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프로축구는 코로나19에도 계속 진행한다. 보드카와 사우나가 전염병을 막을 것”이라면서 “벨라루스는 축구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취소하지 않는다. 계획한 행사는 모두 주최할 것이고 하나님이 코로나19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벨라루스에서는 프로축구 리그 일정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행사와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프로축구 2라운드 일정이 진행돼 몇몇 경기장에서는 수천 명의 팬들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응원을 했다.

방역 조치가 이뤄지긴 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든 관중들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로 검역 조치를 하고 있으며, 팬을 비롯한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은 장갑을 낀 채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알레이니크 벨라루스축구협회(BFF) 대변인은 “우리는 정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등교가 중단되고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실내에 머물도록 권고된 상태에서 축구장 등처럼 인파가 모이는 곳은 폐쇄하지 않아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유럽을 포함해 사실상 세계 전역의 축구 경기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벨라루스 소식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마스크 쓴 벨라루스 시민들.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모든 벨라루스 국민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드카를 하루 50㎖ 마셔야 한다. 땀 흘려 일하고 정기적으로 사우나를 하라”는 식의 황당한 건강수칙을 권고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또 최고의 바이러스 퇴치제는 스포츠라고 언급하며 직접 운동에 솔선수범 나서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운동을 즐기며 “무릎 꿇고 사는 것보다 서서 죽는 게 낫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 기준 벨라루스에서는 9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