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논란…미국 사망자 예상 10만명에도 “잘하고 있다”

입력 2020-03-30 10:47 수정 2020-03-30 11:44
트럼프, 미국 사망자 220만명 최근 분석 거론
10만명 사망 추산에 “우리가 매우 잘하고 있다”
트럼프, ‘사회적 거리두기’ 4월 30일까지 연장
보건당국자 반발에 ‘경제 정상화’ 시점 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30일 동안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30일이 마감시한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4월 30일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수가 220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최근 분석 모델을 거론하면서 미국 내 사망자 수가 10만 명이라는 예상치가 나온 것과 관련해 “우리 모두 매우 잘하고 있다(very good job)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미국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러나 보건 당국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고집을 접은 것으로 분석된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발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이 2주 이내에 정점을 찍힐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쟁에서 이기기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더 잘 할수록, 이 악몽은 더 일찍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경제 정상화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6월 1일까지는 좋은 회복의 경로에 있을 것”이라며 “많은 훌륭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이어 그는 “나는 우리의 삶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을 경제 정상화의 시점으로 삼았던 것에 대해 “단순한 나의 열망이었다”고 설명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사회적 격리 연장 결정에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파우치 소장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가 10만 명에서 20만 명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220만 명이 숨질 것이라는 분석 모델도 있었다”면서 “우리는 (사망자 예상치가) 지금 10만 명과 20만 명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10만 명 아래로 낮출 수 있다면, 그것은 끔찍한 숫자지만, 10만 명, 그보다 아래로 (사망자 추산치가) 나온 것은 우리 모두가 매우 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인들에게 ‘10명 이상 모이지 말 것’, ‘외출을 자제할 것’ 등의 코로나19 지침을 2주 동안 시행한다고 밝혔었다. 이 지침이 4월 30일까지 한 달 더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계획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1일 새로운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에서 6월 1일로 경제 정상화 시간표를 한 달 반 늦춘 것은 보건 당국자들이 경제 정상화를 서두를 경우 학교와 직장, 식당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에 대한 강제격리 방침을 시사했다가 보건 당국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정상화 시점을 늦추면서 이틀 연속 자신의 주장을 굽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