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바로 “중국 무역협상단이 코로나 퍼뜨려” 황당 주장

입력 2020-03-30 10:24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중국 무역협상단이 미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강상태였던 양국의 코로나19 발원지 공방이 확전되는 모양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을 보는 순간 나의 레이더가 올라갔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월 중순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기 위해 미 워싱턴DC를 방문했던 중국 무역협상단에 대해 “우리와 악수를 하고 함께 식사했다. 그들은 웃으면서 (코로나19)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떠나갔다”고 말했다. 중국 무역협상단에 코로나19 전파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지난 1월 중순은 중국에서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던 때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미 정부가 중국 무역협상단을 워싱턴에 초청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서명식을 열었다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AP 연합뉴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사실(팩트)과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존중하고,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기보다는 자기 집 안에서의 질서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했던 겅솽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중국 당국자들이 무역 협상 과정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나바로 국장의 주장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나바로 국장은 초강경 반중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6년 발표한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들(The Coming China Wars)’이란 책에서 “중국이 새롭고 특이한 인플루엔자와 기타 바이러스들의 세계 핵심 발원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