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외교부 발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국산 진단키트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열렸음을 알린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내 바이오업계는 사전 승인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FDA의 공식 승인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외교부의 섣부른 발표가 시장에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미국 현지시간 27일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신속한 사전 승인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FDA가 국산 진단키트 3개에 ‘pre(사전)-EUA(긴급사용승인)’ 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에선 “사전 승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사전 승인이라는 단계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씨젠과 랩지노믹스,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등이 FDA에 EUA를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외교부가 해당 업체 3곳이 어딘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29일 오후 7시 기준 코젠바이오텍과 솔젠트 홈페이지는 사전 승인 획득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먹통인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예민한 상황에 외교부가 나서서 어느 업체인지도 말하지 않은 채 발표해 혼란만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3개 업체에 ‘미국 수출이 가능하니 준비하라’는 차원에서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3곳이 어딘지를 묻는 질문에는 “FDA가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방역 성과를 홍보하려는 마음이 앞서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