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겸 지휘자이자 한국 작곡가 류재준의 스승으로 유명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고향 크라쿠프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펜데레츠키의 아내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 협회가 펜데레츠키가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AFP는 펜데레츠키를 “획기적인 종교곡과 교향곡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993년 폴란드의 데비차에서 태어난 펜데레츠키는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으로 불린다.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1959년 ‘10개의 악기와 낭독 및 소프라노를 위한 스트로페’를 작곡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성 누가 수난곡’ ‘폴란드 레퀴엠’ 등 현대 음악사에 아로새길만한 작품 다수를 선보였다. 특히 악기 소리뿐 아니라 톱으로 나무를 써는 소리 등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린 노래로 음악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음악은 공포영화 ‘엑소시스트’(1973)를 비롯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0) 등에 삽입되며 더 널리 알려졌다.
고인에게 예술은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미국 9.11 테러 당시에는 반폭력 정신을 담은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작곡했고, 1960년 당시에는 전위 음악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위령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1년 한국 정부에서 광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위촉받아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5번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서울국제음악제의 명예예술감독으로 위촉돼 내한했다. 한국 작곡가 류재준도 그의 애제자다. 류재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이신 펜데레츠키 선생님이 소천하셨다”며 “그분의 음악과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