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마케팅’이 뭐길래…몸싸움까지 벌어진 남원

입력 2020-03-29 18:19

호남 지역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낙연 마케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생당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민주당 소속인 이 위원장을 활용해 논란이 된 가운데 29일 무소속 이용호 후보(남원·임실·순창)가 이 위원장에게 접근하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몸싸움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선거 지원 유세를 하러 호남을 방문했다. 이 위원장이 소병철 후보를 돕기 위해 전남 순천에 왔을 때 전남 지역 10개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은 행사가 끝난 뒤 빠짐없이 이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이강래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북 남원 춘향골공설시장을 찾았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했을 때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이 지역 국회의원이 인사를 하러 왔는데 왜 못 만나게 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이 위원장 앞으로 뛰쳐나왔다. 이강래 후보 측 관계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용호 후보가 넘어지는 등 현장이 난장판이 됐다. 이용호 후보는 시장을 빠져나가는 이 위원장을 뒤따라가 “이것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이용호 후보 측은 “지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직접 만나 환영 인사를 전하고 지역 현안 해결을 요청하는 서신을 전달하려 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 군중이 몰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뜻도 구두로 전하려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즉각 반박했다. 전북도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과 유권자들 앞에서 이용호 후보는 이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등장, 개인적 만남을 요구했다”며 “선대위는 이용호 후보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에서 여당과 이 위원장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소속이 아닌 후보들까지도 이 위원장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활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최근 김동철 민생당 후보는 이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내걸었다. 사진 옆에는 ‘50년 막역지기 김동철·이낙연’이라는 문구까지 붙였다. 7선에 도전하는 천정배 민생당 후보는 라디오 방송에서 “호남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내겠다”며 이 위원장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지원 민생당 후보도 “김대중을 평생 지켜주고 박지원을 키워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제 모든 것을 바쳐 ‘더 큰 목포, 전남 대통령’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 아닌 후보들의 ‘이낙연 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런 것을 분별하지 못할 시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첫 지원 유세 지역으로 호남을 택한 것에도 이 지역의 과도한 이낙연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