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채로 음식이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판매·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급감한 매출을 만회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반기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비대면 구매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말인 지난 2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한창 드라이브 스루 판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장 내 공간에 마련된 판매소에는 회를 사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섰다가 떠나기를 반복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6일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차에 탄 사람들은 창문을 잠깐 열어 회를 받아든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서 계산하는 대신 미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마친 이들은 회를 구매하는 시간이 훨씬 짧았다.
이같은 판매 방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 타격이 컸던 노량진수산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판매소 측 관계자는 “어제만 회가 200접시나 팔렸다. 오늘은 판매소에 미리 쌓아둔 300접시를 다 팔아서 추가로 팔기 위해 시장 내부에서 회를 뜨고 있다”며 “오시는 분들 중 절반 정도는 미리 앱으로 주문을 한다”고 말했다.
방문 차량이 갑자기 늘면서 상인들도 바삐 움직였다. 미리 준비한 회가 다 떨어진 탓이었다. 이에 중간중간 차가 밀려 길게 줄을 서는 현상도 나타났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35년째 이곳 수산시장에서 회를 파는 김모(65)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하루 평균 60~80%씩 손해를 봤었는데 다시 매출 절반을 회복한 것 같다”며 “드라이브 스루 판매가 알려지면서 호기심에 시장에 찾았다가 직접 회를 먹거나 눈으로 보고 사 가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마포구에 산다는 윤모(69)씨는 “집에 사가려고 시장에 나왔다. 차에 탄 채로 잠시 들리는 거라 편하고 좋다”며 “직접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불안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커피 전문점도 평소보다 방문객과 주문량이 늘어났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드라이브 스루 카페에는 커피를 주문한 차량들이 쉴 틈 없이 밀려들었다. 대기 줄이 길어지면서 일반 도로 위에도 차량 7~8대가 비상등을 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카페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하는 주문 건수만 주말 기준으로 약 30~40%가량 증가했다”며 “보통 때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인데도 주문이 많지는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식 주문을 선호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과 용인 등에서는 농산물 판매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8일부터 일산서구청 앞 파주방향 도로변에서, 용인시는 지난 27일부터 용인시청 하늘광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단순히 음식이나 농수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 각 지역별로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나 책을 비대면 방식으로 빌려주는 지자체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충남도는 기존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던 장난감·도서 대여 서비스를 29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전환했다.
글·사진=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