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주재하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급대상, 금액 등을 결론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당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재난기본소득을 사실상 수용하되, 명칭은 소득 대신 지원금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비상경제회의 하루 전인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오후 늦게까지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일단 큰 흐름은 코로나19로 가계 등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물론 중산층까지 지원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국민의 절반인 2500만명에 일괄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상품권 등을 지급할 것인지 당정이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지급대상과 금액 등은 문 대통령이 직접 결심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최소한 전체 국민의 50%인 2500만명, 최대 70~80%의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통계청의 올해 추계인구(5178만명)를 볼 때 국민 1인당 50만원 이상 현금을 지원할 경우 지급대상 인구가 50%면 예산 13조원, 80%일 경우엔 20조원이 넘게 된다.
다만 민주당은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인 점을 고려해 개별 지급보다는 가구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1인 가구에 50만원을 준다고 가정했을 때 2인 가구는 100만원을 주는 게 아니라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지원금을 주는 식이다.
반면 정부는 여당보다 대상을 더 좁힌 방안을 고수했다. 중위소득 이하 1000만 가구에 4명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를 뜻한다. 올해 기준 1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176만원, 2인 가구 299만원, 3인 가구 387만원, 4인 가구 475만원이다. 월 소득이 해당금액 이하면 대상이다.
이 기준을 따랐을 때 총 필요 예산은 5조~10조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대부분 못 들어가고, 취약계층만 주로 포함된다”고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급 대상을 최대한 늘리려는 이유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식의 형평성 논란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민주당의 주지지층인 30~40대, 맞벌이부부, 대졸자 등이 소득 7~8분위에 주로 분포돼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당과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소비쿠폰을 받는 기초생활수급가구 제외 여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과의 중복 허용 여부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상관없이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는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급 방식은 정부 여당 모두 어느정도 의견 일치를 보였다. 현금보다는 상품권과 체크카드 포인트로 나눠 지급하는 방안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시장에 돈이 풀리는 데 더 효율적이다. 체크카드 포인트 지급도 3개월 정도의 유효기간을 둘 전망이다.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은 총선 뒤인 5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당초 긴급재정명령권 방안도 검토했으나 헌법상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아 불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5~6월에 경제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