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직과 가계소득 급감으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9일 ‘코로나19로 악화되는 가계부채 부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가계부채가 이미 GDP 대비 60% 정도인 47조 달러(약 5경 7000조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12조 달러(약 1경 5000조원)나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IF가 관리하는 표본인 75개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위기 때보다 늘어난 국가는 4분의 3 이상이었다. 이 중 비율이 15%포인트 이상 증가한 국가로는 한국과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바레인, 쿠웨이트, 튀니지 등이 있다.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벨기에, 뉴질랜드, 핀란드 등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기록적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이 증가될 수 있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커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부채가 적은 가계까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민간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는 소비 위축이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IIF는 지난달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이 전 세계 33개국과 유로존을 포함한 34개 지역 중 두 번째로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낸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1%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홍콩이 6.3%포인트로 이 비율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