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전주’ 김 회장 연관 운용사에서도 횡령 사건 발생

입력 2020-03-29 17:44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모씨와 성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부사장이 도피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과 이들의 구체적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관련된 자산운용사에서 회삿돈이 횡령된 정황이 포착됐다. 김 전 회장이 수배 중인 상황에서도 그가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 다수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들의 배후가 김 전 회장이 아닌지 의심하고 검거팀을 구성해 추적 중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2명을 구속하고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JS자산운용은 지난 26일 회사에 15억원의 자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서울남부지검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부터 횡령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김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탠다드홀딩스가 회사를 인수한 지 일주일 후다. 이후 사명이 스탠다드자산운용으로 변경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JS자산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

JS자산운용은 라임의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해결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피해자들에게 소개됐던 회사다. 앞서 라임 펀드를 대량 판매했던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지난해 말 피해자와 만나 “JS자산운용을 회장님(김 전 회장)이 인수했다. 6000억원을 모아 라임의 투자 자산들을 유동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라임 펀드가 환매 중단된 상황이었는데 JS자산운용을 이용해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피해자를 안심시킨 것이다. 피해자가 돈이 모일지 의심하자 장 전 센터장은 “회장님이 나이는 많지 않은데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와 JS자산운용과의 연결고리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제주지역 렌트카 업체 J사 대표인 장모씨가 이번 횡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장씨는 JS자산운용의 대주주인 스탠다드홀딩스 사내이사로 재직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스탠다드홀딩스도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지배 아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모빌리티와 J사와의 계약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난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16일 J사의 주식 12만여주를 225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으로 200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라임 펀드에서 흘러 나간 자금이다. 같은 달 26일 계약이 철회됐는데 스타모빌리티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계약금으로 인수대금의 90%를 지급하는 말도 안 되는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JS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5일 변호사 A씨를 감사로 선임했는데, A씨는 스타모빌리티의 감사도 맡고 있다. A씨는 이달 초 근무하던 법무법인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A씨에게 김 전 회장과의 관계를 수차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검찰은 수원여객에서 발생한 161억원 횡령 사건, 라임 자금 500억여원이 스타모빌리티에서 빠져나간 정황, JS자산운용의 15억원 횡령 사건 등의 배후에 김 전 회장이 있다고 의심하고 추적 중이다. 검찰은 전날 이 전 부사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한모씨와 성모씨를 구속했다. 한씨와 성씨는 금융권 관계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은 김 전 회장 및 청와대 행정관 출신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과 유흥업소에서 어울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