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조주빈, 2018년엔 경찰로부터 감사장 받아

입력 2020-03-29 17:21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지난 2018년 1월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에 기여한 공으로 경찰에게 받은 감사장.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2018년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에 기여한 공으로 감사장을 받은 사실이 29일 밝혀졌다. 수십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조씨의 섬뜩한 두 얼굴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씨는 2018년 1월 23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신고해 검거에 기여했다는 공으로 인천 미추홀경찰서(당시 인천남부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조씨는 이 같은 사실을 2018년 2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랑스럽게 게시했다. 조씨는 “천인공노할 보이스피싱 범죄자 놈들 몇 명을 경찰과 공조해 검거했다”며 “말단 인출책인 경우도 있었고 몇천(만원) 피해금 회수한 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약 건까지 합쳐 2주간 꽤 많이 작업했다. 10명 가까이 되는 듯”이라며 “설 전에 이틀간 1건 정도 더 잡을까 한다”고 적었다. 이어 “형사분들 도와드렸으니 이제 내가 도움 받을 차례”라며 “삶은 업보의 연속이다”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윤성호 기자

조씨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4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240여개의 글을 올리고 3800여개의 댓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조씨는 이 게시판에 미투운동(성폭행이나 성희롱을 고발하는 운동)을 긍정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대학시절 여자 후배를 성추행하는 선배를 비판했다며 “꽃뱀들이 편승하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성추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이런 운동으로 한 번 걸러지긴 해야 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떳떳한 이들이 고개 들고, 구린 놈들이 고개 숙이는 게 마땅하잖냐”라고 덧붙였다.

또 장애시설에 가서 봉사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린 글도 있었다. 조씨는 “주는 게 아니라 같이 나누는 것이더라. 나도 가르침을 받고 오는 것 같아 좋다”며 주변에 봉사를 권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가 대학 졸업 후인 2018년 말부터 텔레그램에서 총기나 마약을 판매한다며 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이후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해 수억원대의 범죄수익을 올리다 지난 16일 검거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