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주 뒤엔 3만2000명 감염 뉴욕 될지 몰라” 재미 일본인의 경고

입력 2020-03-29 17:13
일본 언론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불과 2주 사이에 감염자 수가 212명에서 3만2000명으로 급증해 의료체계 붕괴를 겪고 있는 미국 뉴욕처럼 도쿄도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 현대비즈니스는 지난 28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과 미국 상황을 비교 평가한 재미 언론인의 칼럼을 실었다. 필자인 이이즈카 마키코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코로나19에 대응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던 입장의 연장선에서 코로나19 확진에 무관심하며 예방도 소홀하다.

이이즈카는 “SNS에서는 일본의 하나미(꽃구경) 사진이 자주 눈에 띄는데, 나는 미국에서 그 장면을 보고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고 우려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지난 26일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주말 외출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거리마다 벚꽃을 즐기러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벚꽃을 구경하러 모인 도쿄 시민들의 26일자 모습. 교도뉴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떨어진 장면이다. 이이즈카는 “미국에서는 6피트(약 1.8m) 이상 타인과 거리두기를 철저히 권장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시민들이 거리를 메우고 꽃놀이를 즐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이 이 광경을 본다면 ‘너희들 죽고 싶으냐’라고 일갈하면서 엄격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28일 출입이 금지된 도쿄 우에노 공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AFP연합

미국은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인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현재 외출금지령은 22개 주에 내려졌고, 미국인 3명 중 1명이 자율적으로 격리 중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강은 일상이 됐고, 미국 정부의 태스크포스는 감염 전문가를 불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산한 미국 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19 불감증은 도쿄올림픽 강행 방침에서도 드러난다. 각계 전문가들은 막대한 돈이 얽힌 올림픽을 공중위생 위기보다 앞세운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감염의학 전문가인 이븐 마드로나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올림픽이 열리면) 운동선수와 관객들이 도쿄에 모였다가 세계 각지로 흩어지게 된다.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올림픽 개최를 만류했다.

코이케 도지사는 “다음 달 8일까지 도쿄도 감염자가 530명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이이즈카는 “과연 그 정도에 머물까. 미국 수준으로 검사 수를 강화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진단 건수는 한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의 지난 25일 감염자 수는 212명이다. 이 숫자는 2주 전 뉴욕 주의 감염자 수와 같다. 이후 뉴욕주는 2주 만에 3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이즈카는 “정부가 먼저 위기의식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고 국민을 꾸짖지 않는 한, 겉치레를 중시하고 타율성이 강한 일본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은 싹트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쿄가 2주 뒤에 지금의 뉴욕이 되지 않도록 코이케 도지사는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