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국금지에 발 묶인 사업가·유학생 발 ‘동동’

입력 2020-03-29 17:13
외교부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 정부의 사전 협의 없는 외국인 입국 금지 통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뉴시스

“중국에서 월세와 인건비는 나가고 있는데 현지로 들어갈 방법은 막혀서 죽을 지경입니다.”

중국 선전에서 피부미용실을 운영하는 송모(48)씨는 2달 넘게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춘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월 한국에 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인 입국금지를 발표하자 중국행이 더 요원해졌다. 송씨는 “현지 사업체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나가는데 영업은 못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이 막대하다”고 호소했다.

중국이 외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28일 0시부터 비자와 거주허가를 가진 외국인의 입국을 일시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중국행을 앞두고 있던 한국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유학, 사업 등으로 중국을 오가던 이들에게 입국금지 조치는 큰 타격이 됐다.

중국 유학이나 취업을 앞두고 있던 사람들은 중국행이 불투명해지자 막막한 상황이다. 중국 유학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이모(50)씨는 “오랫동안 중국 유학을 준비해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대학들의 외국인 입시전형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학 중 잠시 한국에 들어온 유학생들은 ‘강제 방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초조해하고 있다. 중국 항저우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30)씨는 지난해 말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그대로 개강을 맞았다. 김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지만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유학생들끼리 모이면 ‘언제 중국에 들어가냐’며 걱정부터 한다”며 유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행 항공편도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여행사들은 빗발치는 문의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 있는 한 중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의 입국 금지가 발표된 이후 하루 20~30통에 달하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며 “3월 말이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질 줄 알고 미리 중국행 항공권을 구한 사람들이 많은데 갑자기 항공편이 취소돼 주말에도 계속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중국의 예고 없는 입국금지 조치로 곤란에 처한 한국인들은 온라인에서도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국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회사에서 4월 중 중국 파견이 예정돼 있는데 다음달 2일 비행기표부터 취소돼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 중국에 머물고 있는데 지금 분위기 상으로는 오는 5월 비자를 연장할 수 있을지 예상이 안 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