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으로 떠오르면서 ‘메트로폴리탄의 상징’인 뉴욕을 강제격리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핫 스팟’(Hot spot·집중발병지역)으로 지목된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엔 앞으로 2주간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사실상 ‘지역봉쇄령’이 내려진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코로나19와 관련해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에 대해 단기간 강제격리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주 등 해당 지역에서 강력한 반발이 제기되고 강제격리가 취해질 경우 오히려 극심한 공황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 전역에 담을 쌓기 시작하면 그것은 완전히 이상하고, 반(反)생산적이며, 반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강제격리 논란 직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민들에 대해 향후 2주 동안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CDC가 이같은 경보를 발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CDC는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지사가 이번 국내 여행 경보를 이행할 완전한 재량권을 갖는다”면서 “트럭 수송, 공중보건, 금융 서비스, 식량 공급 등 중요한 인프라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는 이미 외출 금지를 의미하는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메릴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웨스트버지니아, 로드아일랜드주는 뉴욕주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14일간 의무격리 명령을 발동했다.
뉴욕은 2001년 9·11 테러 당시와 맞먹는 혼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응급의료서비스를 요청하는 911 전화는 평균 하루 4000여건 걸려오지만 지난 26일에는 7000건이 넘었다. NYT는 “9·11 테러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통화량”이라면서 “하루 응급전화 기록은 지난주에만 세 차례나 깨졌다”고 전했다.
9·11 테러 당시 구조 활동을 돕고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던 응급구조요원 필 수아레스는 최근 맨해튼의 가정집 2곳에 출동했다. 수아레스는 “비좁은 아파트에서 가족 전체가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솔직히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이미 우리 식구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WP는 “정부 관료들은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출 방법을 찾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건 당국자들의 조언을 어기고 미국 경제활동을 서둘러 재개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책임을 당신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경제활동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임세정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