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공범인 사회복무요원에게 지속적인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어린 딸과 가족까지 협박에 시달렸다며 해당 사회복무요원의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박사방 회원 중 여아 살해 모의한 공익근무요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자 A씨는 자신을 “해당 여아의 엄마”라고 소개한 뒤 “2012년부터 2020년 지금까지 9년째 살해 협박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떨며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사회복무요원 강모(23·구속)씨가 자신의 제자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 A씨가 그의 담임교사였다고 한다. A씨는 “평소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 못 하던 강씨는 제게 자주 상담을 요청했고, 저는 진심 어린 태도로 여러 차례 상담을 해줬다”며 “이후 강씨가 제게 의존하면서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일반적인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저에 대한 증오가 시작됐다”면서 “강씨는 겉으로 보기에 소심하고,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SNS를 비롯한 사이버 세상에서 무섭고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위험하다고 판단한 학교 측이 반 교체를 권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강씨가 자퇴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강씨의 집착은 자퇴 후에도 계속됐다. 커터 칼을 들고 찾아와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거나, 게시판을 칼로 난도질한 때도 있었다. A씨 사진이 있는 학급 액자의 유리를 깨고, 사진 속 A씨 얼굴 부분을 훼손해 A씨 집 앞에 두고 가기도 했다. A씨는 “아파트 복도에 빨간색 글씨로 저와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I Kill You’(너를 살해하겠다)라고 낙서하는 건 기본이고 차 번호판을 떼어가는 등 물리적·정신적 협박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제가 없애버린 메일 주소를 똑같이 만든 뒤, 제게 오는 메일을 확인하거나 바뀐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모두 알아냈다”면서 “문자, 전화, 음성메시지 등을 통해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욕과 협박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계속된 협박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강씨에게 내려진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며 “개명을 하고 전화번호를 바꿔도 제 번호를 알아내 도망갈 수 없었다”고 했다. 강씨의 괴롭힘은 A씨가 결혼한 후에도 계속됐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강씨를 다시 고소했고, 강씨는 2018년 1월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해 3월까지 복역했다.
A씨는 “강씨가 출소하기 전 이사했고,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근무하는 학교도 바꿨고, 두 번째 개명을 했다”며 “주민등록번호도 6개월간의 심의를 거쳐 바꿨지만, 강씨는 출소 5개월이 지났을 즈음 아파트 우체통에 새로운 제 주민등록번호와 딸 아이의 주민번등록번호가 크게 적힌 종이를 두고 갔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후 모바일 메신저로 A씨의 딸을 언급하며 살해 협박을 계속했다고 한다.
A씨는 출소한 강씨가 경기도의 한 구청에서 복무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과 협박으로 실형을 살다 온 사람에게 손가락만 움직이면 개인정보를 빼 갈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청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름만 치면 근무지를 알 수 있게 공지사항에 적어둔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민원을 넣었지만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만 얻었다. 교사의 인권은 어디에서 보장받을 수 있느냐”라고 했다.
그는 “조주빈뿐만 아니라 박사방 회원들의 신상공개를 강력히 원한다”면서 “특히 강씨의 신상정보를 제발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씨가 이 청원을 보고 저와 아이를 또 협박할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정말로 누군가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저도 안전한 나라에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강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한 뒤 A씨를 17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구청의 개인정보 조회 시스템을 이용해 A씨와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조회해 이를 조주빈에게 넘기면서 “보복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부탁의 대가로 400만원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주빈이 A씨의 딸을 살해하겠다고 말하는 등 두 사람이 살인 음모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박사방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도 받는다.
A씨가 올린 청원은 29일 오후 3시16분 기준 27만1430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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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