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뻤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처음 참가한 국제 콩쿠르였는데….”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큰 상을 받고 일시 귀국한 첼리스트 이여솔(23‧여)씨는 “좋은 꿈을 꾼 것 같다”며 환하게 인사했다.
이씨는 지난 해 12월 2019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소노룸 국제 콩쿠르에 출전, 현악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이어 올해 2월엔 2020 이탈리아 잔루카 캄포키아로 국제 콩쿠르에서 현악부문 1위상을 받았다. 그는 이들 대회에서 피아티, 뒤티외, 하이든의 작품들을 연주하며 유럽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9일 전북 전주에서 만난 이씨는 “특히 카우나스 소노룸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에서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등이 아닌 첼로가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이 영광을 1년 전 돌아가신 외조부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외할아버지께서도 음악을 하셨기에 저에게 큰 관심을 주셨어요.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시고 저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셨지요.”
그는 “그러나 먼 나라에 있다 보니 마지막 길을 찾아뵙지 못했다”며 “늦어 아쉽지만 외할아버지께서 (이번 수상을) 많이 기뻐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익산에서 태어난 이씨는 작곡을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입학 전 첼로를 잡았다. 이후 남성여중을 졸업한 뒤 14세 때 혼자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로 건너갔다.
그렇게 9년, 굵직한 음색의 첼로의 매력과 사귀어 왔다.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거쳐 북부의 작은 도시 뤼벡에 정착하며 스승 울프 티쉬비렉 교수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씨는 “교수님이 칭찬을 아끼는 편이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며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이끌어준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씨는 현재 독일 뤼벡 음악대학에서 7학기를 마친 상태다. 최대 관심사는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
“요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아제르바이잔‧1927∼2007)의 음색과 음악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강하면서도 안정적이고, 폭넓은 음색을 지녔던 분이셨죠.”
이씨는 대학원에 들어가 당분간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졸업한 뒤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와 같은 곳에서 활동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독일까지 휩쓸면서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씨는 “부모님의 전적인 응원이 가장 큰 힘”이라며 “앞으로 음악인으로서 발전된 모습을 더 보여 드리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