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이 단순 시청자에도 현행법을 적극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박사방 등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단순하게 시청한 행위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고려해 법리를 검토 중이다. 텔레그램 메신저의 기본 설정상 파일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되기 때문에 미성년자 성착취물 시청자에게 최소한 음란물 소지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경찰 내부 의견이다.
성인이 나오는 성착취물은 소지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하지만, 미성년자 성착취물은 소지 자체가 아청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성착취물(법률상 명칭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단순히 보기만 한 경우 그 행위 자체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법조계에서도 누군가 돈을 내고 유료 대화방에 입장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착취물을 따로 저장·관리하지 않았다면 소지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경찰은 텔레그램 메신저 기능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이번 사건에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텔레그램 앱은 기본적으로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사진 등 미디어 파일이 일정 용량 한도 내에서 자동 다운로드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설정을 바꾸지 않았다면 대화방에서 오간 파일이 자동으로 사용자 단말기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성착취물 시청과 소지 행위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런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실제로 텔레그램을 이용한 검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례를 보면 단체대화방에서 음란물을 올린 사람은 입건했으나 단순히 본 사람은 입건하지 않았다”면서도 “텔레그램 특성과 기존 판례 등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여성단체 등 시민단체에서도 이와 같은 근거를 들어 박사방 등의 유료 회원은 물론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맛보기 방’ 이용자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있는 동영상은 시청하면 자동 다운로드되고 최종적으로 캐시 폴더에 저장된다”며 “시청과 동시에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