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호주 프로축구가 뒤늦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휘말렸다. 선수 확진자가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했다. 두 리그는 그동안 코로나19를 미온적으로 대응해 자국 안에서도 작지 않은 지적을 받았다. 세계 스포츠계를 할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환태평양을 중심으로 가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신 타이거즈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와 지난 14일 저녁 오사카에서 함께 식사한 20대 여성 2명이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한신 선수 7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이 둘러앉았다. 그중 후지나미는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후지나미는 후각에 이상을 느끼고 지난 24~25일 연달아 찾아간 효고현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양성 반응을 통보받았다. 저녁 자리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리에 동석한 같은 팀 외야수 이토 하야타, 포수 나가사카 겐야도 줄줄이 감염됐다. 한신은 지난 26일 훈련을 중단하고 선수 전원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후지나미를 포함한 한신 선수 3명의 확진 사실이 알려진 지난 27일만 해도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석한 여성 2명의 추가 확진 사실이 알려진 이날, 상황은 달라졌다. 집단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생겼다.
코로나19에 대한 일본야구기구(NPB)의 느슨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호치는 “한신을 포함한 센트럴리그 6개 구단의 지난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확진자 발생에 따른 훈련 중단 항목이 NPB의 기본 권고에 없어 접촉자를 격리한 뒤 경기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일본 야구계 안팎에서는 ‘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9년부터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세이부 라이온스의 베테랑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도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센트럴·퍼시픽리그를 모두 포함한 12개 구단의 훈련을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스포츠닛폰은 “지금은 상황에서 프로야구를 예정된 날에 개막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 NPB가 목표로 삼은 개막일은 4월 24일이다. 주니치스포츠는 “도쿄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야구에서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경우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확진자의 접촉자를 14일간 자가격리 조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 선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 1명에게서 발열 증상만 나타나도 팀 전체의 훈련을 중단한다. 접촉 범위와 격리 기간을 NPB보다 넓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경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5월 이후로 개막을 미뤘다.
호주 프로축구 A리그에서도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발생했다. A리그는 이달 들어 리그를 중단하거나 개막을 지연한 아시아·유럽·미주와 다르게 지난 23일까지 경기를 진행했다. 리그가 중단되고 사흘 뒤인 지난 27일 뉴캐슬 제츠 소속 선수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캐슬 구단은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에게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와 가족이 자가격리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주축구협회와 뉴캐슬은 조치에 안일했다는 비판 여론에 휘말려 후폭풍을 맞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