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럽 내 급속한 확산으로 유럽 각국 리그의 2019-2020 시즌도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수장이 시즌이 무효화 될 수 있는 데드라인을 ‘6월 말’로 짚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2019-2020 시즌을 마치려면 6월 말까지 리그가 재개돼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5월 중순, 6월 초중순, 6월 말에 리그를 재개하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마 이번 시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EFA는 17일 55개 회원 협회와 유럽 구단 협회·유럽 리그 이사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대표가 모두 참여한 긴급 비디오 콘퍼런스를 갖고 각 구단과 국가대표팀이 치를 예정이었던 모든 대회와 경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자리에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의 1년 연기도 결정됐다.
UEFA는 콘퍼런스 결정 사항을 이행하고 향후 시즌 일정을 결정하기 위해 각국 리그와 클럽 대표들이 참여하는 실무 그룹을 구성했다. 체페린 회장의 발언은 이 실무 그룹이 시즌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선수 중 8명이 29일 코로나19 증상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이탈리아 세리에A·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구단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가 UEFA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사망자는 이날까지 2만59명, 확진자만 33만7632명에 달한다.
체페린 회장은 “다음 시즌을 시작할 때 이번 시즌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고 나서 새 시즌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이라며 “리그와 구단들을 위한 최선의 해법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8월까지 올 시즌 일정을 모두 완료할 수 있다면 다음 시즌인 2020-2021 시즌은 가을에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일정 변경에 대해선 선수들의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6월 30일까지가 시즌 계약기간인 선수들의 계약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적 시장 시작 일정도 꼬여 이를 변경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체페린 회장은 리그가 재개될 경우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로서는 관중 없이 모든 경기를 치르는 것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지만, 대안이 없다면 리그 재개 여부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리그를 마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유로파리그·챔피언스리그 결승만큼은 관중과 함께 치르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그는 “클럽대항전 결승을 무관중 경기로 개최하는 것만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유로파리그·챔피언스리그는 16강 잔여경기(챔피언스리그 4경기, 유로파리그의 16강 2차전 8경기)를 강행한 뒤 8강은 단판으로 치르고, 준결승에 오른 4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개최 도시인 이스탄불(터키)과 유로파리그 결승 개최 도시인 그단스크(폴란드)에 각각 모여 한 주 동안 준결승·결승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결승전 일정은 6월 27일(유로파리그)·30일(챔피언스리그)에 치르는 걸로 논의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