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뉴욕 등 강제격리 꺼냈다가 ‘대혼란·비합법’ 비판에 철회

입력 2020-03-29 11:43 수정 2020-03-29 12:04
트럼프, 하루 내내 뉴욕주 등 강제격리 검토 밝혀
그러다 트위터에 “강제격리는 불필요”
대신, 2주 동안 ‘불필요한 여행 자제’ 명령
뉴욕주지사 “강제격리는 대혼란·비합법” 비판
미국 내 확진자는 12만명, 뉴욕주 확진자 5만명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노퍽의 해군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지원을 위해 뉴욕으로 출항하는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 호의 선상에서 출항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에 대해 단기간 강제격리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했다.

뉴욕주 등 해당 지역에서 강력한 반발이 제기되고 강제격리가 취해질 경우 오히려 극심한 공황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법적으로 미국에선 각 주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한은 주 정부에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강제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3대 ‘핫 스팟’(Hot spot·집중발병지역)으로 지목된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민들에 대해 향후 2주 동안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CDC는 여행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트럭 운송·공중 보건·금융 서비스·식료품 등 필수 업종은 이번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에 대한) 강제격리는 불필요하다”고 발혔다. 그는 이어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의 권고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지사들과의 협의에 따라 CDC에 강력한 여행경보를 발령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는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와 협의해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내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에 대해 단기간 강제격리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인구의 10%, 미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뉴욕주에 대한 봉쇄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특정한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그곳(뉴욕)이 ‘핫 스팟’이기 때문에 뉴욕에 대한 격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것(강제격리)을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짧은 기간, 뉴욕에 대해 2주, 아마 뉴저지, 코네티컷의 특정지역에 대해 오늘 그것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행제한이 될 것”이라며 “플로리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뉴요커들이 (플로리다로) 내려가는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사태 지원을 위해 뉴욕으로 출항하는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 호의 출항식에서도 “나는 그것(강제격리)을 하기를 원치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뉴욕·뉴저지·코네티컷에 대한 격리 결정은 어떻게 해서든, 곧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강제격리 문제와 관련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격리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그것(강제격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의학적 관점에서 강제격리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선 “미 전역에 담을 쌓기 시작하면 그것은 완전히 이상하고, 반(反)생산적이며, 반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강제격리가 취해지면)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합법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법적으로 대통령에 의해 격리조치가 강제적으로 취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AP통신은 법적으로 각 주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은 주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주 등 강제격리 방침을 철회한 것은 이런 법적인 측면의 고려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는 이미 외출 금지를 의미하는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플로리다주는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는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최소 12만 266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뉴욕은 확진자가 5만 2318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다. 뉴저지 역시 1만 1124명으로 확진자가 미국 내에서 2위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