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쎄게 이긴다” 최재성 vs “국민대변인” 배현진 [찐심리포트-송파을]

입력 2020-03-29 11:41 수정 2020-03-30 13:56


서울 송파을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최근엔 여야 간 팽팽한 대결이 펼쳐지는 대표적 격전지로 부상했다. 현역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2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인다. 친문 핵심이자 4선 중진인 최 후보가 지역을 수성할지, MBC 앵커 출신의 정치 신인이 보수당 텃밭이었던 송파을을 되찾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찐심] 송파구 갑·을·병으로 선거구가 나뉜 2004년부터 송파을은 17·18·19대 총선에서 내리 보수 정당이 차지했다. 17대 총선 때 탄핵 역풍이 거셌지만 ‘노태우 비자금 폭로’로 잘 알려진 박계동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18∼19대 총선 때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의원이 연거푸 당선됐다.

그러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이어 승리했다. 20대 총선 당시엔 최명길 의원이 민주당 당적으로 송파구청장 출신의 친여 성향 무소속 김영순 후보를 꺾었다.

최명길 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효과를 누린 최 후보가 54.4%를 득표, 29.6%를 얻는 데 그친 배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또 지방선거에서도 18년만에 민주당계 구청장이 나오면서 송파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찐심] 최 후보가 배 후보를 압도적으로 꺾었던 2년 전과 달리 최근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와 입소스가 지난 13~14일 송파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배 후보(40.3%)와 최 후보(37.5%)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인물론 자신있는 최재성
경기 남양주에서만 내리 3선을 했던 최 후보는 2018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으로 송파을 지역구 의원이 됐다. 1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송파을 주민들은 최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가락시장에서 40년간 청과물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75·여)씨는 “나는 문재인당 뽑을 거다. 여기서 더 잘할 수는 없다”며 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씨 딸 이모(50·여)씨도 “배 후보를 안 좋아한다”며 “야당이 매일 발목잡기만 하지 않느냐. 여당이 돼야 발목이라도 안 잡히지 않겠냐”고 했다.

삼전동에 사는 대학생 조모(24·여)씨는 “2018년에도 최 후보를 뽑았다. 최 후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서 힘을 실어주고 싶은 이유가 크다. 미래통합당을 싫어한다”고 했다. 송파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모(31)씨는 “최 후보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과거 배 후보가 MBC 파업 당시 했던 행동들을 보면 최 후보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10개월간 최 후보의 지역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헬리오시티 주민 김모(71)씨는 “탄천 사업도 그렇고 최 후보가 적극적으로 잘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잠실본동 트리지움에 거주하는 임모(73)씨도 “최 후보가 배 후보보다 낫다. 인물도 좋고 청렴하고 강직하지 않으냐”며 적극 지지했다.

싸늘한 반응도 있었다. 가락시장에서 20년간 정육점을 운영해온 정모(45)씨는 “대체재가 없으니 최 후보를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부촌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최 후보가 지역을 한 게 무엇이냐. 친문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만 있어서 뽑기 싫다”고 했다.


최 후보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공원 일대 유세에 나섰다. 최 후보는 운동 중인 주민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한 주민이 비례정당 투표 방법을 묻자 최 후보는 “사람 찍고 당 찍고 하는 건 지난번이랑 똑같다”며 “이번에는 민주당이 당 찍는 용지에 이름이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 유권자에게는 “자신은 있지만 도와주셔야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공원에 마련된 운동 기구와 벤치 위 햇빛 가리개 등을 가리키며 “이거 다 제가 한겁니다”며 막간 홍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유세 후 최 후보는 기자와 만나 “원래 보수 텃밭인데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 등 정상적으로는 민주당이 이기기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권당 내에서 제가 정치·정책 측면에서 선굵게 해왔다”며 “종부세 문제 등 현 정부에 불만이 있다면 여당의 최재성이 해결할 수 있지, 야당 후보가 해결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 경험 없지만 참신함 강조 배현진 “야무지게 일할 수 있다”
같은 시각 배 후보도 석촌호수 일대 유세에 나섰다. 주민들은 익숙한 듯 다가와 배 후보를 인사로 반겼다.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배 후보는 떠나지 않고, 송파을 표밭을 다졌다. 매일 석촌호수에 선거운동을 나오는 배 후보는 자주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 현진이 왔습니다. 오늘도 나오셨냐”라며 딸처럼 살갑게 대화했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석촌호수에서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배현진 캠프 제공.

배 후보는 예비후보 때부터 이어온 강도높은 선거운동에 왼쪽다리를 접질려 뼈에 금이 갔다. 깁스를 하고 선거운동에 나선 배 후보는 “언제쯤 낫냐”는 주민들의 물음에 “거의 다 나았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 후보의 유세를 본 석촌동에 거주하는 서모(63·여)씨는 “인물도 당도 배 후보가 나아서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이 엉망인데 그걸 심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전동에 사는 박모(74)씨는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폭탄 때문에 못 살겠어서 배 후보를 지지하려고 한다”며 “송파을이 민주당으로 넘어 갔는데 다시 통합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배 후보는 과거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직접 피켓을 들고 “미래통합당 배현진입니다. 야무지게 일하겠습니다.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크게 외쳤다. 곳곳에서 “배현진 파이팅”이라는 호응이 터져나왔다. 인기 아나운서 출신답게 사진촬영 요청도 쇄도했다.

30년 넘게 송파을 지역에 살아온 헬리오시티 주민 유종구(49)씨는 “배 후보는 MBC 아나운서 시절부터 호감이 가 지지하고 있다”며 “최 의원은 지역을 잘 모르는 거 같고, 바꿔봤는데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지역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재보궐선거 때 최 후보를 지지했었던 정모(40)씨도 “문재인정부의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서 이번엔 배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이번에 다시 바꿔야지 권력을 가진 여당이 경각심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 후보는 “몸이 무겁고 뻣뻣한 기성 정치인이 아닌 신인으로 가진 참신함이 강점”이라며 “정치 경력은 짧지만 주민들의 선택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가락시장 상인 손모(64)씨는 “배 후보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싶지만, 새로운 인물을 찍어보고 싶어서 마음이 간다”며 “코로나 여파로 장사하기가 어려워서 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배 후보를 지지하지만, 아쉬움을 표하는 주민도 있었다. 헬리오시티에 사는 30대 여성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 이번엔 심판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을 지지해서 배 후보를 찍을 뿐이고 보여준 게 없어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밝혔다.

‘국민대변인’을 자처한 배 후보는 매일 오후 2시 선거사무소에서 오픈캠프 행사를 진행한다. 주민 누구라도 배 후보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민원을 전달할 수 있다.

이날 사무소를 찾은 한 지지자가 “국회에 가시면 송파구 청년에게 공개 구혼하시면 어떻겠느냐”는 농담을 던지자, 현재 미혼인 배 후보는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며 재치있게 넘겼다. 배 후보는 “결혼은 하늘에 맡겨야 할 문제이고, 지금은 선거에서 기대하신 만큼 보답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배 후보는 최근 탈당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의리에 대해선 “한번 인연을 맺은 이상 저는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라며 “송파을 주민들께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 표심, 부동산 이슈 누가 잡을까
이번 송파을 선거는 ‘헬리오 선거’라 불릴 만큼 가락동의 헬리오시티가 최대 변수다. 2018년 입주를 시작한 1만여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송파을은 전반적으로 보수세가 강하기는 하나 유권자 성향이 혼재돼 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등 잠실7동 일대는 전통적인 부촌으로 보수 성향이다.

반면 가락시장 인근 주거지와 빌라촌이 모여있는 삼전동과 석촌동은 비교적 진보 성향이다. 여기에 헬리오시티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재건축 전 가락시영 아파트 시절부터 거주하고 있는 50~60대와 고소득층 전문직인 20~30대가 유입되면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원이슈클라우드(서울 송파을)

헬리오시티 주민 최모(43)씨는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최재성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며 “헬리오시티 분위기는 세대별로 다른 것 같다. 60대 이상은 보수적이고 그 이하 세대는 진보적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 중에서도 배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주부 정모(36·여)씨는 “실버센터 건립 등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2년 동안 민원을 꾸준히 넣었는데 제대로 처리된 게 없었다”며 “배 후보가 유세하는 걸 봤는데 정치경험이 없지만 뭔가를 해보려는 마음가짐이 보였다”고 했다. 30대 초반의 부부는 “최 후보가 그동안 잘 못했기 때문에 배 후보를 뽑으려한다”고 했다.

이른바 강남3구로 꼽히는 만큼 부동산 문제도 주요 이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송파구가 서울 25구 중 최근 2년간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흔들리는 지역민심을 잡기 위해 두 후보는 최우선 공약으로 부동산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은 14년 이상 실거주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서는 장기보유세액 100% 감면으로 사실상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최 의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은 여당의 최재성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후보 역시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조정,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배 후보는 “세금폭탄 때문에 너무 살기 힘들다는 주민들이 많다”며 “지역에서 세재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1주택자 종부세 개편 문제를 당과 함께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헬리오시티 주민인 주부 송모(65)씨는 “집이라고 하나 있는 거 세금 펑펑 매기는 게 불만이다”며 “최재성도 배현진도 마음에 안 든다. 투표를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 찐심은]
이가현 기자 “친문 핵심, 집권여당 실세, 4선 중진의 고스펙…독이 되거나 약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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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