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등 강제격리” 언급한 트럼프, “반미국적” 반발에 철회

입력 2020-03-29 10: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코로나19현황과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뉴욕 등 일부 주(州)에 단기간 강제격리 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엄포를 놨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격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의 추천에 따라, 그리고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지사들과의 협의에 따라, 난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강력한 여행경보를 발령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와 협의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강한 반발은 물론 강제격리로 유발될 수 있는 극심한 공황 상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후 뉴욕주 등에 대한 광범위한 봉쇄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게 AFP통신 등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제격리 검토’ 발언 직후 강력 반발에 나섰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격리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의무적인 격리는 무서운 개념”이라면서 “그것(강제격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서도 “미 전역에 담을 쌓기 시작하면 그것은 완전히 괴상하고, 반(反)생산적이며, 반미국적”이라면서 “그것은 말이 안 되고 어떤 신중한 정부 인사나 전문가도 그것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연방정부가 각 주에 대해 그런 제한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은 주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또 “연방정부가 법에 따라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민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서도 평소 가장 붐비는 역인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밖 42번가 일대가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이 끊어진 가운데 도로변에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가 긴 줄을 이루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지금 그것(강제격리)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오늘 그것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 뉴욕에 2주, 아마 뉴저지, 코네티컷의 특정 지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나는 ‘핫 스폿(Hot spot·집중발병지역)’인 뉴욕, 뉴저지, 그리고 코네티컷에 대해 격리를 검토 중”이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곧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사태 지원을 위해 이날 뉴욕으로 출항 예정인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Comfort)’ 호의 출항식에서도 연설을 통해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은 ‘핫 에어리어(area)’이기 때문에 우리는 곧 발표할 것”이라고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인구의 10%, 미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뉴욕주에 대한 ‘록다운(봉쇄)’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플로리다와 텍사스와 메릴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웨스트버지니아, 로드아일랜드주가 이미 뉴욕주에서 들어오는 주민을 상대로 14일간 의무 격리 방침을 발동한 바 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이미 식료품 구매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는 ‘자택 대피’를 권고하고 있다. 뉴욕주는 비필수 사업장에 대해 100% 재택근무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뉴욕주와 인근의 뉴저지주는 각각 미국 내에서 확진자가 첫 번째, 두 번째로 많은 주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한국시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12만266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전날 코로나19 감염자 1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하루 만에 12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