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바른 말’ 파우치, 극우파 ‘가짜뉴스’ 공격 타깃됐다

입력 2020-03-29 10:31 수정 2020-03-29 12:06
극우파들, 소셜미디어에 파우치 ‘음모론’ 퍼뜨려
트럼프 지지자들도 가세…“파우치가 트럼프 모욕”
“파우치, 트럼프에 저항하는 비밀조직 회원”
트럼프 지지자들, 반복적으로 반(反) 트럼프 인사 비방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미구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극우세력으로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집중적인 가짜뉴스 공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이 극우세력의 타깃이 된 것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약화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음모론 때문이다.

파우치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강력한 비상조치를 요구하면서 미국인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그의 얼굴 사진을 담은 도넛까지 판매될 정도다. 의사이면서 면역학자인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NIAID 소장을 맡아 36년 동안 모두 6명의 미국 대통령 밑에서 일한 면역 전문가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도넛딜라이트는 앤서니 파우치 미구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얼굴 사진을 담은 도넛을 판매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인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국무부를 ‘딥 스테이트(국가를 비밀리에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부처라고 일갈했을 때 뒤에 서 있던 파우치 소장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이마를 손으로 닦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바른 말을 하는 파우치 소장의 부담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NYT는 그로부터 1주일 뒤 파우치 소장이 온라인에서 음모론 타깃이 됐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들은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비밀조직의 회원이라는 가짜 뉴스가 거의 150만명에게 퍼졌다. 가공의 주장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호응 속에 극우파들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NYT는 ‘파우치 사기꾼’ 등의 해시태그가 극우 인사들의 계정을 통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우치 소장이 7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맞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에 칭송 이메일을 보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도 떠돈다.

파우치 소장을 비방하는 잘못된 주장들은 미국인들의 사고에 극단적인 당파적 사고를 심어주는 또 다른 예라고 NYT는 지적했다. 극우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수 년 동안 반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방하는 주장을 정기적으로 뿌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에 전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도 가짜 뉴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NYT는 비판했다.

칼 버거스톰 워싱턴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파우치 소장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허위정보를 공격적으로 퍼뜨리기 위한 단합된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NYT는 파우치 소장이 극우파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지만 최근 발언을 보면 코로나19 억지를 위한 업무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과 NIAID는 파우치 소장에 대한 음모론 공격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은 갈등설에 휩싸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에 자유롭게 발언할 재량권을 부여했으나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를 지적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NYT가 지난 23일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밋빛 발언에 제동을 걸고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표출했다. 갈등설이 제기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파우치 소장도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부각시킨다”면서 피해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