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음란물 소지 20대 1심 ‘선고유예’ 판결 뒤늦게 논란

입력 2020-03-27 18:11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미성년자 성 착취물 텔레그램 공유방인 이른바 ‘n번방’과 함께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의 온상으로 알려진 ‘다크웹’(dark web) 이용자가 1심에서 선고유예형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처벌 수위가 벌금형 정도로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대성) 심리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을 통해 음란물 전용 사이트에 접속한 뒤 2016년 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33개의 아동·청소년 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2018년 5월 다크웹 운영자를 적발하면서 전국 각지 150여 명에 달하는 소지자도 함께 형사처벌 했다. 같은 해 5월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된 A씨는 이에 불복해 8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11월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정 기간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A씨의 경우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처분을 받은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모두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유예 이유를 밝혔다.
. 연합뉴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아동·청소년 등장 영상물의 제작·판매를 막기 위해서는 소지자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선고유예 처분은 다른 소지자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에게 벌금 200만원 선고와 함께 수강 명령 이수 및 취업 제한을 추가로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사회적으로 (‘n번방’ 사건이) 대두된 상황에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A씨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판매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 또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들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법이 없다면 새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