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도쿄 봉쇄론까지 거론되는 일본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외국어 표현을 자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주인공은 지난해 외무상으로 한일 무역갈등 국면을 주도하다 자리를 옮긴 고노 다로 방위상이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전날 열린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영어식 표현을 가능한 한 쓰지 말도록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에 요청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노 방위상의 반응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현지 언론이 ‘클러스터’(Cluster·감염집단), ‘오버슈트’(Overshoot·폭발적 환자 급증), 록다운(Lock down·도시봉쇄) 등의 용어를 빈번하게 쓰는 데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왜 가타카나?”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러한 언론 보도 행태를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가타카나’는 일본에서 외국어를 표기할 때 쓰는 문자다. 이 글에는 24만 건 이상의 ‘좋아요’ 반응이 붙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들이 쓰던 용어를 아베 신조 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이 분별없이 사용하며 빚어진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계인 하쿠신쿤(한국명 백진훈·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겨냥해 기자회견 등에서 ‘애즈 순 애즈 파서블’(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 ‘어그리’(agree·동의) 등 영어 단어를 자주 쓴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요미우리신문은 그가 고노 방위상의 얘기를 명심하라는 충고도 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