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 퇴출되고 ‘드럼좌’로 유튜브 대박 난 드러머

입력 2020-03-28 00:30 수정 2020-07-14 15:41

밴드 그룹 어바우츄(About U)의 드러머였던 빅터(본명 빅터 한·24)는 11일 유튜브 채널 ‘드럼좌’를 개설해 독특한 외모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순식간에 구독자 25만명을 넘어섰다. 방송 출연 후 팀에서 퇴출된 지 하루 만이었다.

국민일보는 퇴출 후 셀럽이 된 ‘웃픈’ 사연의 주인공 빅터를 지난 20일 직접 만났다. 빅터는 “소속사도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멤버들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웃었다.

유튜브 드럼좌 캡처

- 브라질 혼혈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브라질 분이시고 어머니가 한국 분이세요. 브라질에서 태어나서 9년 살다가 2005년에 아동 모델 제의를 받고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아버지는 브라질에서 유명한 뮤지컬 배우십니다. 한국 들어올 땐 한국말을 하나도 못 했어요. 출생신고도 그때 했거든요. 처음 학교 간 날이 기억나요. 제가 화장실을 가려니까 반 애들이 다 따라오는 거예요. 다들 쳐다보고 있으니까 서서 소변을 보기가 부끄러워서 변기 칸으로 들어갔는데 애들이 웅성웅성하더니 ‘몰라!’ 이러면서 뛰쳐나가는 거예요. 저는 ‘몰라’만 알아들었거든요. 혹시 얘네가 내가 잘 모른다고 괴롭히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애들이 단체로 휴지를 들고 뛰어오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휴지를 집에서 갖고 와야 하는데 빅터는 그걸 몰라!’하면서 휴지를 가져다주려고 한 거더라고요. 아, 착한 애들이구나 했죠.”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꿈이 엄청 많았어요. 브라질에 있을 때는 수영선수가 하고 싶었고 한국 오고 나서는 검도에 빠졌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교회에서 드럼을 처음 본 거죠. ‘왜 하필 드럼이었냐’는 질문에는 그냥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거라고밖에 답을 못하겠어요. 첫눈에 반한 거라. 교회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있어서 갔는데 둥둥 올리는 드럼 소리에 심장이 쿵쿵대더라고요. 너무 빠져서 매주 드럼 공연을 찾아다녔죠. 처음 연습했던 곡은 그린데이의 ‘21 guns’라는 곡이었어요. 거의 다 독학으로 했죠. 하루에 8시간, 10시간씩 치다 보니 금방금방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빅터 제공

- 8년 동안 연습을 했다고 들었는데 데뷔가 결정됐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데뷔보다도 앨범 작업을 할 때가 벅찼어요. 처음 작업물을 듣고 너무 감동해서 울었거든요. 제가 드럼을 10년을 쳤고, 매일 프로 드러머를 꿈꾸면서 잠에 들었는데 제가 실제로 친 드럼이 녹음되어서 제 귀에 들리는 거잖아요. 미세하게 박자가 나간 거라든가 저만의 강약 조절 같은 곳에서 제 손맛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 진짜 내가 친 거구나’ 싶어서 멤버들 몰래 울고 그랬어요.”


- 퇴출당한 지 하루 만에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대박이 났다

“퇴출당한 게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좌절하고 누워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제 안에 있는 음악이라는 끼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그냥 찍어서 올렸어요. 근데 올리고 나서 휴대전화가 2시간 동안 계속 울리더라고요. 반응이 엄청났던 거죠. 놀라웠어요.”

- 성형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제가 특이하게 생겼잖아요. 혼혈이고. 그래서 그런지 턱 성형을 하라고 많이들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때마다 제가 정확히 ‘저는 이 시간과 공간에 한정돼서 제 외모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답했어요. 성형을 한다는 건 이 시대의 미의 기준에 제 얼굴을 맞추는 거잖아요. 바다 건너 브라질만 가도 미인의 기준이 한국과 달라요. 2020년 한국의 기준에 맞춰서 제가 타고난 모습을 바꿔버리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특이한 얼굴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똑 닮은 턱이라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빅터 인스타그램 캡처

- 대한민국에서 ‘특이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나는 배달 알바를 하게 되더라도 정장을 입고 하겠다.’ 아버지가 해 주신 말이에요. 그게 특이하고 눈에 띄니까요. 저는 특이한 건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잖아요. 사실 드럼도 제가 10년 쳤다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잘 못 치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드럼을 특이하게 치기 때문에 이슈가 됐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퍼포먼스적으로 어떻게 하면 특이하게 보일까 연습했어요. 특이함 때문에 제게 기회가 온 거죠.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특이한 분들, 절대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게 유튜브라는 기회가 왔듯이 언젠가 다들 기회가 올 겁니다. 곧 특이한 사람들의 시대가 올 거니까 그때까지 ‘존버’하고 파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홍근 객원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전병준 기자 yulli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