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률,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기록할까

입력 2020-03-27 16:38 수정 2020-03-27 17:43
3대 신용평가사, 속속 한국 전망치 낮춰
한국 정부 목표치(2.4%)와 큰 폭 괴리

경제성장률 수치에 연연하지 말라 지적도
“지금부터 생산성 하락 방지 고민 필요”


2017년만 해도 연간 3%대 성장을 자신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전향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정부와의 격차가 많게는 3%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파장이 한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상황이 고려됐다. 수출 위주인 한국의 경제 구조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담겼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낮게 평가한 곳은 스탠더드앤트푸어스(S&P)다. S&P는 지난 23일 1.1%였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 포인트 낮춘 -0.6%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 피치(Fitch)도 전망치를 2.2%에서 0.8%로 낮췄다. 무디스(Moody's)도 하향 조정에 동참했다. 1.3%로 내다봤던 기존 전망을 0.1%로 수정했다.

정부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0.4% 포인트 오른 2.4%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1%, 2.1%, 2.3%보다도 높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필두로 지난해 주춤했던 수출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렸다.

하지만 이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용평가사의 전망치 수정은 코로나19의 대내외 여파를 고려한 결과다. 한국의 경제 구조 상 수출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대외 상황이라는 변수는 중요하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큰 미국과 유럽연합(EU) 모두 코로나19라는 수렁에 빠졌다.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영향도 만만찮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과 관련해 “오는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얼마나 더 떨어질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1%대, 0%대뿐만 아니라 마이너스가 될 상황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그만큼 엄중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제성장률이라는 수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비상 상황인 만큼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떨어지나 보다는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 대응과 함께 회복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의 생계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생산성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며 “단기 지표들을 보고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