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유료회원 추정 40대 남성 ‘극단적 선택’…“피해자에 미안”

입력 2020-03-27 14:48

‘박사방’ 유료회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박사’ 조주빈(25·구속)과 운영진이 검거된 후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죄책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강남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이날 새벽 2시47분쯤 한강 영동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직장인 A씨는 텔레그램 내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박사방에 참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경찰이 박사방에 입장료를 내고 참여한 회원까지 수사·처벌하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남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에는 “박사방에 돈을 입금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성착취물 피해자와 가족들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유서, 가족 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점화된 뒤 벌어진 두 번째 극단적인 선택 시도다. 앞서 다직장인 B씨(28)는 지난 24일 ‘n번방’에서 유포된 성착취물 사진을 갖고 있다며 전남 여수경찰서에 자수했는데, 경찰서를 찾기 직전 음독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었다.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