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이력서 전부 공개해야”

입력 2020-03-27 14:41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선출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비례대표 1번에 선출된 류호정씨. 연합

‘대리 게임’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27)씨에 대해 이화여대 동문 A씨(여·27)는 “류씨가 대학에 다닐 때 인턴으로 활동한 게임사의 이력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씨가 최근 공개한 중견게임사 이력서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때부터 작성했던 이력서 전부를 공개해 대리 게임을 통해 올린 등급을 허위 기재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거다. A씨는 이달 중순 매체와 만난 자리에서 “류씨가 대리 게임으로 논란이 됐던 당시의 게임동아리 활동이 인턴 선발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면서 “류씨는 (대리 게임을 통한) 금전적 이득이 없었다고 하는데, 게임동아리 활동으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고 방송자키(BJ) 등으로 활동하다가 게임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계 얼굴’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왔다. 어떻게 금전적 이득이 없었다고 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을 위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게임을 이용한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 같다. 제가 학교에서 직접 류씨를 봐왔기에 게임을 위한 투사인마냥 나서는 게 굉장히 화가 난다”고 일갈했다.

게임계 인재와 젊은 청년의 슬로건을 내건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27)씨가 역설적으로 젊은 층의 분노를 맞닥뜨리고 있다. 류씨는 4.15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발탁돼 국회 입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4년 4월경 대학생 시절 남자친구 강모씨에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계정을 넘겨 등급을 올린 행위(대리 게임)로 빈축을 샀다. 더구나 대리 게임을 통해 올린 등급을 마치 본인이 직접 달성한 성과인 것마냥 언급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거짓말 논란까지 보태졌다.

대리 게임은 게임계에서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된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게임을 업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A씨에 따르면 류씨가 활동한 게임동아리 ‘KLASS’는 2013년 말 B씨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듬해 B씨는 류씨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줬다. 류씨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4년 5월경 류씨가 대리 게임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B씨가 크게 분노하는 사건이 있었다. 믿는 동생에게 회장자리를 내줬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서다. 이후 B씨는 류씨를 비롯해 대리 게임 의혹이 있는 동아리원 모두에게 동아리를 나가라고 엄포를 놨다. A씨는 “류씨의 대리 게임 행위로 당시 대리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오해를 받고 동아리를 나갔다”면서 “그런데 류씨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끝까지 동아리는 나가지 않았다. 조용히 묻혀 있다가 몇 달 뒤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이 지금도 회장인 것처럼 얘기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 비례대표로 나가는 류씨가 게임 업계 사람에 대한 보호,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가 되겠다고 한다”면서 “게임과 e스포츠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류씨가 그런 사람들을 제치고 본인이 대표 얼굴이라고 말하는 게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류씨는 앞서 게임사 입사에서 게임 등급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취한 적이 없다”며 “흔들리지 않겠다”고 총선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격론 끝에 류씨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음주 운전 논란을 빚은 비례 6번 신장식씨가 사퇴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26일 정의당은 4·15총선 비례대표 후보 29명의 명부를 발표했다. 첫단에는 류씨의 이름이 여전히 있었다.

게임사와 국회, e스포츠 프로게임단은 류씨를 향한 젊은 층의 분노를 쉽게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대리게임, 핵 프로그램 등 공정성을 해치는 이슈들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잘 나가던 게임도 순식간에 망한다”고 전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대리 운전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낙천, 대리게임을 한 사람은 재신임한 것에서 보듯 정의당에는 게임을 애들 장난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젊은 층들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류씨의 ‘선택적 정의’에 대해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단들은 대리게임의 심각성을 승부조작에 빗대 설명했다. 게임단 관계자 A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근래 게임단들은 승부조작보다 대리게임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 데뷔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