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진행한 청년취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포교 활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당 프로그램이 중지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양시의 장소 제공으로 이뤄진 해당 프로그램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양을 한준호 후보도 당시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신천지의 다양한 포교 방법이 알려진 가운데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지자체와 유명인들까지 포교 활동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7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난해 9월 예산 5억2000여만원을 들여 화정시외버스터미널 2층에 457.46㎡ 규모로 청년들의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취다방’을 개소했다.
청취다방에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마련돼 소그룹 활동이 진행됐는데, 이곳에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멘탈PT’라는 청년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수차례 진행됐다. 멘탈PT는 자신을 분석해 스스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의 강의로 알려졌지만, 실제 강의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 활동이 진행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멘탈PT를 수강한 한 참가자는 청취다방 참여 후기를 통해 “총 5회 강의 중 4회를 수강했는데 2회차부터 진로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고, 상담사들이 결과를 알려줄 것이라며 따로 만나게 했다. 따로 만나 성향분석 해준다는 것이 사이비 단체 수법과 비슷했다”면서 “4회차부터 강의 내용이 영적인 것으로 흘러가더니 ‘다음 주부터 상담사들과 성경에 대해 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 신천지 포교 활동이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글을 본 또 다른 수강자는 자신을 멘탈PT가 청취다방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시작했을 때 참여한 학생이라고 밝히며 “취지가 좋아 시작했다. 강의에 CEO들이 와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지며 신뢰를 주기도 했다”면서 “강의 4번째 날부터 성경 언급을 하고, 5번째 날 강의 끝에는 ‘노벨상을 많이 받았던 유대인들이 공부했던 성경으로 공부하는 것’이라며 다음 교육은 성경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인으로 신천지라는 단체를 잘 알고 이단의 수법이 교묘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어 프로그램을 그만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한 고양시는 즉시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수강생 25명 중 22명과 연락을 통해 종교 단체의 포교 시도가 있었다고 인식한 고양시는 민원 접수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8일 멘탈PT 강의를 즉시 중지했다.
이같이 포교 활동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멘탈PT에서 민주당 고양을에 출마한 아나운서 출신의 한준호 후보도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준호 후보는 강의를 위해 멘탈PT 주최 측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났으며,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멘탈PT 수강생들의 만남에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호 후보 측은 “한준호 후보는 천주교인으로 선거 전부터 청년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인인 천주교인이 청년들에게 좋은 강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강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대학교, 교도소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해왔고 멘탈PT는 그 코스 중 하나다.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강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또한 고양시 관계자는 “당시 청취다방이 생긴 지 얼마 안 됐기에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청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좋은 취지였기에 멘탈PT 강의를 승인했다”며 “강의 중 포교 활동을 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해당 민원을 받고 조사를 통해 즉시 강의를 중지하고 멘탈PT 용역사인 널그림 또한 바로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