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아온 유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도에서 4박5일간 여행한 것과 관련, 도 방역당국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6일 오전 제주도청 코로나19 합동브리핑에서 “(미국 유학생은) 관광 목적으로 제주도에 입도했으며 증상을 알았지만 선별진료소에 가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 정말 아쉽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A씨(19세 여성)는 어머니, 지인 등 일행 3명과 함께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에 체류했다. 지난 15일 귀국한 지 닷새 만에 관광 목적으로 제주를 방문한 것이다. 그는 입도 당시부터 오한·근육통·인후통 등의 증세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여행 도중 병원과 약국을 찾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A씨가 증상이 악화해 병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안내 검사를 받았는지, 해외 방문 이력을 밝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4일 오후 항공편으로 서울에 도착했고, 얼마 안 돼 강남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스스로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배 단장은 이와 관련 “우선 미국에서 15일에 들어온 뒤 20일에 입도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나기 전에 굳이 제주여행을 선택한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또, 제주에 들어온 20일 오후 8시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발현했는데 4박5일 관광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23일 선별진료소 대신 일반 병원을 간 점, 서울 도착 후 즉시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정도로 코로나19를 걱정했는데도 비행기를 탄 점 등을 비판했다.
A씨와 접촉한 도민 등은 현재까지 34명이며, 제주도 부속섬인 우도 방문 당시 이용한 여객선 승객 등까지 더하면 1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A씨와 동행한 3명도 현재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배 단장은 “A씨가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하려는 도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다시는 이런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이번 환자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A씨는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 곳곳을 다녔다”면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관광객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