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에 긴급수혈된 ‘차르’ 김종인…효과는

입력 2020-03-26 17:42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15 총선을 20일 앞둔 26일 미래통합당 선거사령탑을 맡기로 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그가 통합당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한 것이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이번에 비교적 늦게 선대위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폭발력 있는 총선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총선 승리를 해야 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고, 김 전 대표가 흔쾌히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황 대표는 서울 종로구 김 전 대표 자택을 찾아가 삼고초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전 대표는 황 대표에게 “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해선 그동안 나름대로 생각한 것도 있다”며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면 소기의 성과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표 영입이 한 차례 불발된 뒤에도 황 대표는 김 전 대표를 직접 만나 통합당 합류를 요청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통합당 선대위는 김 전 대표와 황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함께 맡되 사실상 ‘김종인 원톱’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선 김 전 대표의 풍부한 선거 경험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반대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승리를 이끌며 새누리당에 패배를 안겼다.

당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보수통합 이후 침묵하는 유승민 의원을 수도권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선거판 흐름을 잘 읽어 표심을 요동치게 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호평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그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통합당 제공

하지만 김 전 대표의 합류 시점이 늦어진 탓에 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 전 대표는 총선을 17일 앞둔 오는 29일에야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4년 전에는 20대 총선을 89일 앞두고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통합당에선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한 김 전 대표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79세 고령인 데다 여야를 오간 행보에 그의 정치적 상품성이 이미 유통기한을 넘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친노무현, 운동권 의원으로 꼽히는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시켰다. 비례대표 2번에 김 전 대표가 ‘셀프공천’된 데 대한 당내 비판이 나오자 당무 거부를 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인 뒤에야 당무를 재개했다. 통합당 한 의원은 “공천 작업이 사실상 끝난 후 김 전 대표가 들어왔기 때문에 공천 문제가 또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