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피하려 재산 빼돌린 뒤 ‘명의신탁‘ 주장 안 통한다

입력 2020-03-26 17:31

원고 A캐피털사는 B회사와 리스계약을 체결하였고, B회사의 대표이사인 C는 8000여만원 한도로 연대보증했다. 그후 B회사의 연체로 인해 리스 계약은 해지되고, 남은 채무액은 2500만여원이었다. 한편 C는 리스료가 지체되던 즈음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이던 아파트를 피고 D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에 대해 A캐피털사는 이 소유권이전등기가 사해행위에 해당된다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D는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는 당초 명의신탁했던 것을 넘겨받은 것이라며 사해행위를 부인했다.

A캐피털사는 아파트의 소유권등기를 D로부터 C에게로 되돌려 이로부터 채권을 보전받을 수 있을까.

대구지법 제17민사단독(김은구 부장판사)은 최근 C가 원고 A에 대한 채무가 생길 개연성이 높은 상태에서 유일한 부동산을 매도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주택 매매는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해(詐害)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자기의 재산을 은닉·손괴 또는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무자의 총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 및 제3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회복시키고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판부는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이 명의신탁한 주택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해 C로부터 넘겨받았을 뿐 사해행위가 없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해행위로 채권자를 해하게 됨을 몰랐음은 수익자가 증명해야 한다”며 “수익자가 선의임을 인정하려면 증명책임 기본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명의수탁자가 자기 이름으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음을 몰랐다면, 소유권은 명의수탁자에게 돌아간다” 며 “설령 D가 명의수탁자이더라도, 매도인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주택은 C의 소유이고 그의 책임재산이 된며, 피고가 소유권이 전등기를 넘겨받음으로써 이 사건 주택이 원고 채권 변제에 쓰이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자신이 명의신탁자라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를 해할 의사가 없었다는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