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의 35일 강행군…결국 쓰러졌다

입력 2020-03-26 17:20
병원으로 이송되는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지인 대구에서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권영진 대구시장이 과로 때문에 쓰러졌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권 시장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대구시의회 제273회 임시회에 참석했다가 실신했다. 권 시장은 1시간30여분 정도 진행된 임시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오던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진련 대구시의원과 긴급생계자금 지급 시기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 시의원은 권 시장에게 “긴급생계자금을 왜 현금으로 지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고 권 시장은 “그만하시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이 시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는데 권 시장은 갑자기 손으로 머리를 잡은 채 뒤로 넘어졌다.

옆에 있던 대구시 공무원이 권 시장을 업고 시청 2층 시장실로 이동했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권 시장은 전날에도 몸에 이상 신호를 느꼈다. 전날 임시회에서도 이 시의원의 질타가 있었는데 권 시장은 임시회 도중 자리를 떴다. 권 시장은 어지러움을 느껴 퇴장했고 화장실에서 구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임시회에서도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구는 지난달 18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권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던 지난달 21일부터 지금까지 35일째 시장 집무실에 비치한 야전침대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권 시장의 참모진은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쉴 것을 계속 권유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병원에 입원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실시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병원은 검사를 더 한 뒤 상태를 보고 퇴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역에서는 권 시장이 지난 한 달여 동안 방역 업무도 힘들었지만 신천지 문제 늦장 처리 의혹, 긴급생계자본 지급시기 등으로 비난을 받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