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된 딸을 6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서 형이 대폭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이 항소했어야 하는데 실수한 것 같다”며 미리 감형을 시사해 주목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 담당 재판장은 정작 선고 당일에는 “검사가 항소했더라도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상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6일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2)와 아내 B씨(19) 부부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A씨는 징역 20년을,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 15년~단기 7년형을 선고 받았다. 1심에 비춰 항소심 형량이 각각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A씨 부부는 지난해 5월 엿새 동안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 딸 C양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피해자인 딸은)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굶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각각 항소했지만, 검찰은 구형대로 선고받아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사건 경위나 피고인들의 나이, 자라온 환경 등에 비춰볼 때 1심의 양형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A씨 부부의 형을 대폭 감형했다. 다만 재판부는 “딸이 사망에 이르게 될 줄 몰랐다”는 B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5일 결심 공판에서 “검사의 실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부연 설명을 내놨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서 검찰이 1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받고자 할 경우, B씨는 현재 소년에 해당하지 않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힘들다고) 언급한 것이었다”며 “검찰이 1심 양형에 대해 항소했더라도 오늘 저희가 선고할 형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내 B씨가 항소심에서 성년이 됐고, 피고인들만 항소한 이 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감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례는 항소심 재판 도중 성년이 되면 소년법에 따른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다. 여기에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적용하면 B씨는 1심에서 받은 ‘단기 7년’이 최대 형량이라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남편 A씨에 대해선 같은 범행을 저지른 B씨와 양형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행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라며 “1심은 (A씨 범행을) 양형기준 중 ‘잔혹한 범행수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미필적 고의를 그렇게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유지를 맡아온 인천지검 관계자는 “B씨가 항소심에서 성년이 된 경우까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일률 적용해 1심의 단기형 이하만을 선고한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견해에 의하면 재판이 수년 동안 파기환송 후 피고인이 성년이 돼도 단기형 이하를 선고하게 돼 (모든 재판에) 일률적으로 항소해야 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