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병원 내 전파를 막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환자‧보호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면인식 병동 출입이나 모바일 사전 문진, 안내 로봇 등을 도입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다.
병원은 특성상 밀집된 환경에서 밀접한 접촉이 있을 수 밖에 없어 한 번 원내 감염이 발생하면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의료진, 직원들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25일부터 국내 처음으로 병동 출입 관리에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손끝 하나 접촉 없이 병동 출입이 가능해졌다고 26일 밝혔다.
기존에는 환자와 보호자 1인에 한해 병원에서 발급하는 별도 출입증을 받아야만 병동 출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출입증을 들고 다녀야 하고 일부는 다른 보호자에게 양도하거나 의료진 눈을 피해 다수의 방문객이 함께 출입하는 경우도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병원 측은 기저질환자나 고령층 환자가 입원해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 관리가 중요한 2개 병동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이곳엔 80~9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입원 환자와 1명의 보호자는 입원 수속 시 자신의 얼굴을 등록하고 병동 출입할 때 안면인식을 통해 0.3초만에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또 모든 출입기록이 자동 저장돼 혹시 있을 감염 상황에서 정확한 이동 경로 추적도 할 수 있다.
이 병원 감염내과 우흥정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을 막으려면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 환자 및 보호자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안면인식은 비접촉 본인 인증 방식으로 대면 접촉에 의한 의료진이나 직원들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조만간 안면인식 출입을 전병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각각 지난 12일, 13일부터 모바일 사전 문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은 당일 외래 진료 및 검사가 예약된 방문객을 대상으로 당일 오전 6시쯤 카카오톡 또는 문자로 ‘모바일 사전 문진’ 메시지를 보낸다.
환자가 해외 방문력, 확진자 다수 발생지 및 시설 방문 경험,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묻는 문진표를 작성하면 QR코드가 만들어진다.
문제가 없는 경우 ‘검은색 QR코드’가 생성되며 병원 출입구에서 직원에게 스티커를 발부받아 정상 출입이 가능하다. 문제가 있을 때는 ‘붉은색 QR코드’가 생성돼 출입구에서 추가 문진을 받고 안심진료소로 이동하거나 출입이 제한된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방문 시 환자 및 보호자는 출입구에서 종이 문진표를 작성한 후 출입할 수 있는데, 방문객이 몰려 혼잡한 경우가 발생하고 좁은 공간에서 줄을 서 문진표를 작성해야 해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하지만 모바일 사전 문진을 통해 줄을 서서 하는 문진과정에 환자와 환자간, 환자와 의료진‧직원간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집에서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면서 문진할 수 있어 정확도가 올라가 병원 내 전파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6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어린이병원에 기본적인 호흡기 문진과 체온 측정을 돕는 안내로봇(클리어 가이드봇)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로봇은 출입구에서 환자, 보호자들에게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유무를 묻고 선별진료소 안내 등을 지원한다. 직원이 일일이 하던 절차를 로봇이 일부 대신해 전파 위험과 직원 피로도를 줄이려는 방안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