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오는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결국 1년 연기되자 일본에서는 낙담과 안도의 분위기가 교차했다. 전세계적인 비상시국에 올림픽이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먼저 제안하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동의하면서 성사됐다. 두 사람은 24일 밤 전화회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IOC는 이날 성명을 내 “바흐 위원장과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 일정을 2020년 이후로 변경하되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치르기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개최 시점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가 임기 내에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1년 연기’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그간 일본 정부에서는 연기 시점을 놓고 올해 가을, 내년 봄 또는 여름, 내후년 등이 검토돼왔다.
지지통신은 25일 “아베 총리가 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면서 자신의 레거시(정치적 유산)로도 만들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또 아베 총리 주변에서 “1년 후면 아베 정권에서의 올림픽, 2년 후면 다른 정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림픽이 내년 7월에 열리면 9월 초 막을 내리게 된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2021년 9월)가 끝나기 직전이다. 2013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 직접 뛰었던 아베 총리로선 제 손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올림픽 특수에 맞춰 짜놓았던 정치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올림픽 연기가 IOC에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IOC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앞으로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도시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2024년 파리·2028년 로스앤젤레스까지 정해져 있지만 도쿄가 취소되면 유치열은 더욱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IOC는 수입의 약 90%를 국제경기연맹(IF)에 주고 있다”며 “이는 올림픽이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 경기에 귀중한 운영자금이 된다”고 지적했다. IOC와 IF의 최근 화상회의에서 33개 종목 연맹이 예정대로 올림픽 개최해야 한다고 했던 건 이러한 재정적 의존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올림픽 연기로 일본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3000억엔(약 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IOC와 대회조직위원회가 경기장 재임대 비용, 조직위 인건비 등을 추산한 결과 이런 수치가 나왔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에 대해선 중앙정부, 도쿄도(東京都), 조직위 간 분담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